삼성특검, 제보자 진술 공개
삼성화재가 가입자에게 줄 미지급 보험금을 빼돌려 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전달하거나 공무원 로비에 쓴 구체적 정황을 삼성 특검에 밝힌 제보자의 진술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민병훈) 심리로 26일 열린 삼성화재 황태선(60) 대표이사의 공판에서 특검은 “미지급 보험금에서 인출한 돈 가운데 일부를 그룹 구조본에 전달했고, 일부는 공무원에 대한 로비 등에 사용했다”는 제보자의 진술을 공개했다. 제보자는 특검 조사에서 “삼성화재 건물 22층 비밀금고에서 한번에 2~3억원씩 여행용 가방에 담아 구조본에 직접 전달했다”며 “수표를 원할 경우엔 직원들에게 100~200만원씩 현금을 주고 수표로 바꿔오게 한 뒤 그 수표를 다시 강남·강북·서대문 등 서로 다른 지역 은행에서 같은 금액의 수표로 바꾸는 방법으로 돈세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진술서에서 공무원 로비에 대해서도 “1997년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공무원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잠실 선착장으로 가 헬리콥터를 태워 에버랜드로 데리고 가 접대를 했다”며 “주로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무서·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술 마시자고 먼저 연락을 하면 인원수에 맞춰 10만~20만원이 든 봉투를 준비한 뒤 택시를 잡아주며 건넸고, 공무원들과 100만원 내기 축구를 해서 일부러 지거나 포커를 치며 돈을 잃어주는 방법도 썼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 쪽 변호인은 “제보자 진술에 따르면 8억~18억원의 비자금이 필요했어야 하지만 특검이 밝힌 금액은 9억8천만원에 불과하다”며 “제보자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 쪽 증인으로 나온 정영만 당시 경리팀장은 “한·일월드컵 입장권 구입, 거래처 접대비용, 영업사원 격려금 등에 미지급 보험금을 사용했다”며 “구조본에 전달하거나 공무원 뇌물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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