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입시학원에서 ‘잘 나가는’ 영어강사로 통하던 ㄱ(36)씨. 증권회사에 다니다 사기죄로 회사를 떠난 ㄱ씨는 강사 경력 2년6개월여 만에 증권사 고객을 상담하던 탁월한 말솜씨로 외국어고 등 상위권 학생들을 맡는 스타강사로 자리잡았다.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방학 때는 월 2천만원까지 벌어들였다. 그러나 ㄱ씨는 2년 전 룸살롱에서 여종업원 ㄴ(23)씨를 만나면서 벌어들인 돈을 ㄴ씨에게 ‘쏟기’ 시작했다.
유부남인 ㄱ씨는 ㄴ씨를 위해 대치동에 원룸까지 잡아주고 2년 동안 내연관계를 이어갔다. 학원수업이 늦게까지 있다는 핑계로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ㄴ씨 역시 다니던 룸살롱을 그만둔 채 다달이 일가족 4명의 생활비를 ㄱ씨로부터 받아 썼다. 2년여 동안 ㄱ씨가 생활비와 빚 변제 명목으로 ㄴ씨에게 준 돈만 모두 2억4천여만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ㄴ씨가 돈만 요구하고 만나주지 않자 ㄱ씨의 마음은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ㄴ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기 시작하자 ㄱ씨는 2월28일 밤 ㄴ씨의 원룸에 복면을 쓰고 뛰어들었다.
ㄱ씨는 ㄴ씨를 여행용 가방에 넣고 방안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성폭행한 뒤 담뱃불로 얼굴에 3도 화상을 입히기까지 했다. 강도로 가장하기 위해 300여만원을 훔쳐 달아났던 ㄱ씨는 26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강도상해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월 수입 1천만원에 이르던 ㄱ씨에게 남은 재산은 7천여만원 상당의 집 한 채밖에 없다더라”며 어이없어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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