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소득층 학비 ‘싹둑’
지역구에 선심 ‘펑펑’
지역구에 선심 ‘펑펑’
서울시의회서 삭감된 주요 교육예산
자기 지역 학교 시설 교체비 ‘생색’ <한겨레>가 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말 ‘2008년도 서울시교육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교육문화위원회(교문위)에서 254억여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382억여원 등 모두 636억여원을 삭감했다. 교문위에서 삭감된 예산 가운데는 급식관리비 8억, 학비지원비 15억5천만원, 전문계고 장학금지원 30억 등 저소득층·실업계고 학생들을 위한 예산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또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 가운데는 저소득층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지원 예산 30억, 기초학력부진아 특별지도비 5억 등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삭감된 예산은 대부분 교문위·예결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에 있는 학교의 시설 교체·건립 비용으로 쓰였다. 교문위 김정재 의원(서대문)은 지역구가 있는 서부교육청 관내 학교에 13건 13억3200만원을, 김영로 의원(영등포구)은 남부교육청 학교에 15건 9억3천만원을, 김철환 의원(중랑구)은 동부교육청 학교에 21건 20억600만원을, 배상윤 의원(양천구)은 강서교육청 학교에 28건 15억8200만원을 지원하는 등 거의 모든 의원들이 교육환경개선 등의 명목으로 자신의 지역구에 속한 학교에 예산을 지원했다. 서울시의회는 30일부터 7월1일까지는 교문위에서, 7~8일에는 예결위에서 2008년도 교육비 추경예산 심의를 벌일 계획이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추경 심의과정에서도 예산이 대폭 깎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벌써부터 ‘아무개 의원이 어떤 학교에 예산을 줄 것’이라는 등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시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성 예산 지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에도 서울시의원들은 학습준비물 예산 21억4천여만원을 깎아 자신들의 지역구 학교에 지원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추경예산 심의를 앞둔 시교육청 안에서는 시의원들의 이런 행태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시의회의 요구로 예산안 설명회도 지난해엔 제주도, 올해는 강원도의 호텔에서 했다가 교육위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며 “예산 의결권이 의회에 있으니 교육청으로선 속만 탈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최홍이 교육위원은 “시의원들은 교육예산을 자기들 쌈짓돈쯤으로 여긴다”며 “교육감이 의결된 예산안을 거부하든지 해서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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