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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평화찾은 촛불 “정부에 다시 기회주는 것”

등록 2008-07-01 22:49수정 2008-07-02 01:33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두번째 시국미사가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1일 저녁 신부·수녀·교인, 그리고 시민 등 참가자들이 미사를 마친 뒤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두번째 시국미사가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1일 저녁 신부·수녀·교인, 그리고 시민 등 참가자들이 미사를 마친 뒤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시국미사 이틀째…“내일 다시 만납시다”
20대 “50여일 시청을 벗어나면 세상은 적막…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힘들었는데 이젠…”
30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는데, 사제단이 목마름을 풀어줬다”
40대 “정부·여당·언론이 하나가 돼 몰아붙이니까, 시민들로선 어쩔 수 없지 않았느냐”

“오늘은 좀 짧게 끝났지만 9시 뉴스도 끝났고, 11시까지 있어봐야 뉴스에 나올 일도 없습니다.(웃음) 집으로 돌아가셔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십시오. 그리고 내일도 미사가 계속되니 우리 내일 다시 만납시다!”

1일 밤 9시40분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두 번째 비상 시국미사를 마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 김인국 신부가 무대 위에 올라 시민들에게 말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제 돌아가는 걸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 전날 시국미사에서 김 신부는 시민들에게 일찍 돌아갈 것을 호소했을 때의 모습과는 다른 태도였다. 전날 시민들은 쉽게 발을 돌리기 어려운 듯 웅성거렸고, 광화문으로 가자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한달여 촛불집회가 끝나면 당연한듯 청와대를 향했던 시민들의 행동이 불과 이틀 만에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평화롭던 촛불집회 초기 장면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 사제단의 호소가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것일까?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이 극에 치달았던 지난 29일 새벽, 태평로 거리에서 만난 김아무개(48)씨는 “국민은 외롭다”고 했다. 김씨는 “정부, 여당, 일부 언론이 하나가 돼 시민을 폭도로 몰아붙이니까, 답답한 시민들로선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 수 없지 않으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폭력·이념 덧칠에 고립감을 느끼던 촛불 시민들은, 이날 사제단의 등장으로 숨통이 트인 듯했다.

1일 새벽 서울 시청앞 잔디밭에서 만난 최아무개(35)씨는 “시위대 폭력의 근원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답답함이었는데, 사제단이 목마름을 풀어 줬다”고 말했다. 신민철(26)씨는 “학교에서 ‘공부 못 한다’고 날마다 꾸지람 듣던 학생이 집에 와 엄마에게 ‘착하게만 자라다오’ 하는 위안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신씨는 “50일 남짓 시청을 벗어나면 세상은 적막했다”며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힘들어할 때, 사제들이 지지해 줌으로써 다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평화 집회로의 선회가 이명박 정부에 더 큰 압력이 될 것이라는 시민들도 있다. ‘불법 폭력 집회’라며 공권력을 동원해 억눌렀지만, 집회가 비폭력 기조로 돌면 경찰이 원천봉쇄 및 강경진압의 근거를 잃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성훈(38)씨는 “이명박 정부는 강력 진압에 나선 근거를 잃게 됐다”며 “이제 정부가 폭력을 써 정당성을 잃을 것인가, 국민의 뜻을 받들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정현(40)씨는 “시민들이 지금 이명박 정부에게 제2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제단 등장으로 비폭력 집회가 이뤄졌지만, 이는 일시적 처방이라는 이들도 꽤 있었다. 윤희윤(29)씨는 “사제단이 극으로 치닫던 시위대가 자제하도록 한 것은 고맙지만, 이명박 정부가 시민들의 뜻을 끝내 외면하면 시민들은 다시 움직일 것”이라며 “그 움직임은 폭력이 아닌 정당방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새벽 4시까지 서울시청 주변을 둘러보던 최창열(26)씨는 사제단 시국미사가 촛불 시민들에게 목적을 다잡아준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이명박 정부가 우리와 무슨 정치적 이념이 달라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다만 잘못된 정책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옳지 못한 정부를 규탄하는 것입니다”라고 ‘부드럽게’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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