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범 잡고도 미국에 넘겨
경찰이 한밤에 여성을 쓰러뜨린 뒤 골목으로 끌고 가다 현장에서 붙잡힌 미군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미군에 넘겨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미2사단 소속 ㅅ이병(19)은 지난 4일 밤 11시께 경기 동두천시 광암동 골목에서 귀가하던 이아무개(34)씨의 옷을 붙잡고 바닥에 넘어뜨린 뒤 뒷골목으로 강제로 끌고 가던 중 비명을 듣고 달려온 시민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사건을 접수한 경기 양주경찰서는 ㅅ이병을 강제 추행 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인적 사항을 확인한 뒤 미군 헌병대에 신병을 넘겼다.
이런 경찰의 조처에 대해 미군의 요구를 이유로 현행범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인계하고, 강간 미수가 아닌 강제 추행 미수 혐의를 적용한 것은 수사 의지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 동두천시위원회는 “경찰은 ㅅ이병을 유치장에 감금하고 술이 깬 뛰 조사해야 했다”며 “양주경찰서는 미군을 옹호하는 데 바빴다”고 주장했다. 고유경 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그 시간에 미군이 여성을 끌고 갔다면 성폭행을 하려 했을 가능성이 큼에도 경찰은 사건을 강제 추행 미수로 규정짓고 미군을 돌려보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ㅅ이병이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만지지 않아 강간을 하려 했다고 판단할 수 없어 강제 추행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며 “술에 많이 취해 조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8일 ㅅ이병의 소환장을 미군에 전달하기로 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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