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결심 공판에 출석하려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다 검색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삼성 결심공판 표정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목은 잠겨 있었다. 안경을 끼고 미리 준비한 피고인 최후진술서를 들고 일어선 이 전 회장은 헛기침을 두세 번 크게 한 뒤에야 제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 8명의 피고인에게 선고를 앞두고 마지막 진술 기회가 주어졌다. 징역 7년을 구형하는 조준웅 삼성 특검의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떴던 이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부끄럽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게 마땅하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지금 나라 경제가 어렵다. 20년 동안 혼을 다 바친 삼성 임직원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고 했다.
과거 수사기관의 칼끝이 이 전 회장을 겨눌 때마다 대신 나서 그 칼을 맞았던 이학수 전 부회장의 목소리도 안으로 감겨 들어갔다. 그는 “회장님께서 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이 10여년 비서실장으로 있으며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제 책임”이라며 “너무도 죄송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어 “예전에 눈물까지 흘리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미어졌다”며 “회장님이 건강도 안 좋으신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제가 모두 책임지겠다”고 또다시 이 전 회장을 감쌌다.
‘포스트 이학수’로 알려진 김인주 전 사장은 특검의 구형이 이어지는 내내 입을 앙다물고 있었다. 그 역시 “결국 제가 잘못해서 이 법정에 서게 됐다.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으니 회장님과 윗분, 동료들을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비장한 느낌마저 감돌았던 피고인 최후진술과 달리 앞서 진행된 변호인단의 최후변론은 당당했다. 3명의 변호인단은 1시간여에 걸쳐 이 전 회장 등의 무죄와 선처를 요구하며 “천재 경영인”, “신경영” 등 그를 수식하던 말들을 반복하며 그의 경제 기여도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이를 위해 다른 임직원들은 “우물 안 개구리”로 비유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재판이 끝난 뒤, 재판부와 취재진이 모두 자리를 뜬 법정에서 이학수 전 부회장과 무언가 긴 대화를 나눈 뒤 피고인석에 앉아 10여분 동안 쉬었다. 그는 특검이 구형을 하는 동안 종종 하품을 참으며 피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징역 7년 구형이 충격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구형이 적정한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법을 알아야지 …”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법원을 떠났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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