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작업장’ 검역주권 문제 다시 불거져
미국 농무부가 9일 발표한 한국 수출 쇠고기에 대한 도축·포장·가공이 허용되는 29개 작업장 가운데 ‘O157 오염 작업장’이 포함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기키 위한 우리 정부의 검역주권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O157 오염 작업장에서 첫 리콜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안전성 우려를 해소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 29개 작업장은 우리 정부가 지난 2006년 수입 위생조건에 따라 한국으로의 수출을 승인해준 작업장들인데, 미국 정부가 30개월령 미만임을 확인하는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이들 작업장에 적용해 이날 발표한 것이다.
문제는 분쇄육이 병원성 대장균 O157에 오염돼 대량 리콜이 진행중인 ‘네브래스카 비프’사의 작업장(EST NO. 19336)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새 수입 위생조건에 따르면 분쇄육도 수입 가능 품목에 포함됐기 때문에, 이 작업장에서 생산된 분쇄육도 당연히 한국으로 수출이 가능하다. 특히 미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사청(FSIS)이 지난 2일 리콜 대상 물량을 10배로 확대하면서, 이 작업장의 분쇄육 공정 자체가 O157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네브래스카 비프사 작업장의 분쇄육이 수입될 경우 한국 소비자도 O157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새 수입 위생조건에 따르면, 수입 물량에서 O157이 검출되더라도 당장 해당 작업장의 수출 선적을 중단시킬 수도 없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아직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해당 작업장에서 첫 리콜 조처가 발표됐을 때 농림수산식품부는 “과거에 이 작업장에서 생산된 분쇄육이 수입된 적이 없고, 검역과정에서 O157이 검출되면 반송조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날 미국 정부의 한국 수출 작업장 발표 뒤 농식품부 관계자는 “(O157 오염 작업장에 대해) 우려를 제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일단 주의깊게 지켜보고 어떻게 할지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문제의 작업장에 대해 수출 중단 조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 식품안전검사청이 해당 작업장 분쇄육 공정의 문제점을 인정한 만큼,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협정 5조7항을 원용해 분쇄육에 대해서는 잠정 수입 중단을 하고, 현지 점검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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