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불매운동 인정 미국 판결
검찰 광고주 압박 ‘수사근거’ 미 판례 살펴보니
백인상점 불매· 지역신문 광고주압박 등 ‘합법’
백인상점 불매· 지역신문 광고주압박 등 ‘합법’
검찰이 ‘광고주 압박 운동’에 대한 인터넷 기사 댓글까지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운동에 대한 ‘2차 선전포고’라고 할 만하다.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피해 업체가 첫 형사고소를 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법조인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이 든다”며 엄단 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러나 검찰이 검토하고 있다고 내세운 미국의 ‘2차 보이콧’에 대한 판례에서는 오히려 이를 정당화하는 사례들이 눈에 띄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검찰은 최근 ‘2차 불매운동’(secondary boycott)을 언급하며 “조중동을 보지 말자고 하는 것까지는 1차 보이콧이지만, 조중동에 광고를 주는 기업들을 협박하자고 선동하는 것은 2차 보이콧으로, 미국에서는 2차 보이콧은 사법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구체적으로 어떤 미국 사례를 뜻하지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미국 변호사)는 “미국에서 소비자 2차 불매운동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백인 상점 불매운동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미시시피주 클레이번 카운티의 이 협회 회원들은 1966년 백인 의원들이 인종평등정책을 실현하라는 청원을 받아주지 않자 백인 상점 불매운동에 나섰다. 흑인들은 상점 앞에서 고객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넣었고, 구매자들 이름을 지역신문 등에 실었다. 이에 몇몇 상인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미시시피 주대법원은 흑인들의 책임을 인정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상인들의 손해에 대한 구체적 소명이 부족하며,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이 협회의 행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여기서 언사(Speech)는 보이콧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됐다”며 “‘언사’는 남에게 창피를 주거나 그들을 강압해 특정 행동에 나서게 하더라도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례는 이후에도 소비자 2차 불매운동을 옹호하는 주된 근거로 꼽혀 왔다.
캘리포니아 주대법원은 1984년 엘도라도의 한 시민단체가 지역신문 <풋힐타임스>의 환경 문제에 대한 논조를 비난하며 신문 광고주들을 압박한 사건에서 “경쟁업자가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해 다른 사람의 계약 이행을 방해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면서도 “피고의 목표는 환경과 연관된 공론에 대한 풋힐타임스의 논조를 바꿔 보려는 것이었고, 이 목표는 명백히 합법적이고 사용된 방법도 평화로운 2차 불매운동으로서 합법적”이라고 판결했다. 또 “경제적인 압박의 정도도 합법적이어서 광고주 한 둘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광고를 철회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 밖에 유타주에서는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가 개 사육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특정 지역 관광 거부운동을 펼쳐 관광업체들로부터 피소당한 사례도 있다. 하급심은 관광업체들 손을 들었지만, 이는 1982년 주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미국에서는 노사관계법으로 노조의 2차 보이콧은 규제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 침해 논란 때문에 단서를 달아 제3자가 노조와 갈등관계에 있는 업체와 거래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리도록 보장한다. 법원에서도 노조의 평화적 2차 보이콧을 사안에 따라 인정하기도 한다.
김갑배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헌법의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표현뿐만 아니라 이를 매체를 통해 전파할 자유까지 포함한다”며 “표현의 자유는 연설, 피케팅, 전화, 우편 또는 인터넷, 상징물 등 표현 방법 선택의 자유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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