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무·검찰이) 스스로 검토해서 과거사를 규명할 생각은 없느냐”는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김승규 법무부 장관의 답변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며 “과거사 규명 문제를 검토해보겠다는 법무부의 예전 견해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마련한 사항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10월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법무부에서 검찰의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한 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김종빈 검찰총장도 지난달 30일 인사청문회에서 “총장 임명 뒤 (규명위원회 설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결국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과거사 규명에 대해, “검토 중”, 또는 “준비 중”이라는 태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법무·검찰은 이렇게 과거사 규명에 대해 겉으로는 “검토 중”이지만, 속내는 부정적이다. 이들은 “진상규명을 통해 기존 확정판결과 다른 내용이 나오면 법률적으로 혼동이 일어나는 만큼, 과거사는 재심을 통한 진상규명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 간부는 “2차 수사기관인 검찰의 기소를 통해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은 사건을 검찰이 재조사를 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뜻을 분명히했다.
그런데도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 수뇌부가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놓은 것은 청와대 등 여권의 압박을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김종빈 총장에게 임명장을 줄 때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민변의 한 중견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서 재심사유로 꼽히는 ‘확정판결의 증거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결국 검찰이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정원·경찰·국방부 등 과거 권력기관들이 모두 과거사 규명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과거의 잘못은 그대로 두고 넘어가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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