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등 여의치 않자
한국방송 이사회 장악나서
한국방송 이사회 장악나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18일 신태섭 <한국방송> 이사를 전격 해임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의 일환으로, 결국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방송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와 외주제작사에 대한 세무조사 등으로 트집거리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자, 법적인 무리수를 감수하면서 정 사장 ‘제거’ 강행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그동안 방송가에서는 정 사장 제거를 위한 시나리오가 나돌았는데 그대로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이나 세무조사를 통해 자진사퇴를 압박해 보고 안 되면 검찰 수사를 통해 정 사장을 기소한 뒤 이를 빌미로 정 사장을 교체해 버린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무원법을 준용해 정 사장의 업무를 정지시킨 뒤 한국방송 이사회가 정 사장을 해임하고 후임 사장을 앉힘으로써 시나리오는 완성된다.
“대통령이 한국방송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신재민 문화부 차관의 발언이나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대통령의 국정 철학’ 발언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수행하자면 한국방송 이사회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현 정권의 신 이사 해임은 당연한 절차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처는 법적으로도 적잖은 결함을 안고 있다. 방통위가 신 교수의 이사직 상실 사유로 꼽은 국가공무원법 33조(결격사유) 제8호 ‘징계로 해임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규정은 일반적으로 임용 때 적용되는 규정이다. 더욱이 방송법이나 한국방송공사 정관에는 이사 임기 중에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또 신 교수는 현재 부산지법에 해임처분 무효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방통위는 “결원이 발생했을 때 한달 이내에 보궐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을 거론하며 사안이 급박했다고 설명했지만, 방통위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결원 보충 시한은 이달 말까지로 아직 12일이나 남아 있다. 그사이 법원에서 가처분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해임 무효를 다투는 것은 가처분이 아니라 본안 소송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방통위 조처는 방송법과도 배치된다. 방송법에는 한국방송 사장과 마찬가지로 한국방송 이사도 대통령이 임명권만 가지고 있을 뿐 해임권은 규정돼 있지 않다. 하지만 방통위는 “해임이 아니라 이사 자격 자동 상실”이라며 비켜갔다.
신태섭 교수는 “한국방송 이사직을 맡았다는 이유로 해임해 놓고, 학교에서 해임됐다고 한국방송 이사직을 박탈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이기욱 변호사는 “논리적·법리적·실제적으로 말이 안 되는, 있을 수 없는 발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