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기소부터 잘못” 주장에
조특검 “법관 자질 의심스럽다”
조특검 “법관 자질 의심스럽다”
이건희(66) 전 삼성 회장의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특검의 기소 잘못’을 거론하자, 조준웅(68) 특별검사가 “법관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며 발끈했다. ‘면죄부 판결’이 재판부와 특검의 장외전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조 특검은 18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유를 엉뚱한 데 가져다 대며 특검이 기소를 잘못했기 때문에 무죄다라고 언급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민병훈 부장판사의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 특검은 “재판부는 ‘중앙일보 등 삼성에버랜드 법인주주 대표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혐의는 특검 수사 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전제가 잘못된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이 기소되지 않은 것에 대해 판단하고, 지금 기소한 것은 잘못됐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기본을 모르는 것이고, 자질이 의심스럽다. 황당무계하다”며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민 부장판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특검이 기소를 잘못했다”며,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은 애초 탈세 문제나 에버랜드 자체가 아닌 그 법인주주들에 대한 배임 문제로 접근해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 특검은 “특검은 청약 만기 전에 실권분을 이재용씨 등에게 주기로 미리 결정돼 있었다는 사실 등 검찰보다 더 많은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허태학·박노빈씨의 1·2심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며 “재판부나 삼성 변호인단 모두 ‘비상장 주식회사는 대주주 소유’라는 전근대적 인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의욕적으로 진실을 밝히겠다며 특검이 신청하지 않은 증인(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채택”하고도 관대한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전날 항소장을 낸 조 특검은 “공소장 변경 없이 기존 증거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항소심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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