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통심의위에 무더기 심의요청
포털업체에도 직접 처리요청
“대부분 어청수청장·시국 관련”
포털업체에도 직접 처리요청
“대부분 어청수청장·시국 관련”
경찰청이 지난 5월에 방송통신심의위에 무더기로 심의 요청을 한 것은 시국이나 대통령 관련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겨레>가 25일 입수한 방통심의위 회의록을 보면, 경찰은 방통심의위조차 경미하다고 판단되는 사안까지 심의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방통심의위는 경찰청이 심의 요청한 총 199건 가운데 28%인 55건을 아예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네건 중 한건 이상이 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 것은 경찰이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심의 요청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방증한다.
방통심의위로서도 일반 개인보다 국가 기관인 경찰이 심의 요청을 하면 우선적으로 심의를 하고 긍정적인 조처를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일이 남발될 경우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현재 인터넷 내용 규제 모델은 문제가 되는 게시물 신고를 누구나 할 수 있고 업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위법성 여부가 불확실할 때 방통심의위에 의뢰를 하는 것인데, 방통심의위가 경찰을 통해 인지한 표현물을 다시 업체에 문제가 있다고 신고하는 상황”이라며 “심의 제도는 피해자 구제라는 공공적 목적이 있는데, 개인이 많이 활용하기보다는 정부 기구, 기업들에 의해 활용이 되면서 의도치 않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결과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심의 요청을 한 배경에 대해 “평소에 음란이나 도박, 불법 사이트 중심으로 단속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삭제나 심의요청을 하기도 한다”며 “애매할 때 방통위가 명백히 결정을 내려주면 우리도 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포털 업체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특정 게시글에 대해 내부기준에 따라 처리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포털 업체들은 부담감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경찰청과 일반 누리꾼들의 신고가 어떻게 같겠냐”며 “내부 기준에 따라 삭제 여부를 결정하지만, 경찰이 특정 게시물 신고 메일을 보내면 무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포털업체들과 경찰은 수사상의 목적으로 수시로 접촉할 수 있는 메일링 시스템이 있다”며 “이 창구를 통해 특정 게시물 처리 요청이 들어 온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문제를 제기한 게시물 가운데 어청수 경찰청장이나 시국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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