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산케이신문>과 한 인터뷰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수 조영남씨. 사진은 지난해 4월 미술작품 전시회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때의 모습.(뉴욕=연합뉴스)
<산케이>와 통역 담당한 일본인, 편지 보내 상황 설명
가수 조영남(60)과 기자 이상호(37). 둘은 닮았다. 얼굴이 크다는 것말고도, 의도를 갖고 접근한 ‘불순세력’에 한방 먹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했다는 점에서. 다만 이 기자는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중이고, 조씨는 끝모를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까. 올해 초 ‘구치가방 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이상호 기자가 27일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leesangho.com/main/index.php )에 ‘조영남 형’에 대한 동병상련의 심정을 털어놨다. “조영남 형이 어제 내게 물어주었다. 넌 어떻게 견뎌냈냐고. ‘아직 겪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시간이 약이더라고 말해드렸다. 조영남에게 선고된 죄목의 정당성과 동시에 그의 억울함마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제 새롭게 펼쳐질 그의 여정에 깊은 관심이 쏠린다.” 조영남이 잘못 말했나? 산케이가 잘못 알아들었나?
조영남의 ‘죄목’은 두가지. 그 가운데 한가지는 ‘그나마’ 누명을 벗었다. 인터뷰를 한 <산케이신문>이 27일치에서 조씨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고 쓴 것에 대해, “조씨가 ‘방문’했을 뿐 ‘참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남은 죄목은 조씨가 “독도 영유권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냉정히 대처하는 일본을 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한수 위”라고 말했다는 것. 조씨가 이런 말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 기자는 조씨 말을 듣고 기사를 쓴 것이고, 조씨는 “(산케이에) 당했다”고 펄펄 뛰고 있다.
조씨는 “‘일본이 한수 위’라고 한 것은 독도문제의 경우 일본 정부는 빠지고 현 단위에서 움직이는 것이나 마음대로 조례를 만들어놓고 국제재판소에 가서 영향력을 행사해 이겨보겠다는 전략이 대단하다는 일종의 반어법이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번 일이 커진 까닭은 ‘반어’(아이러니)에 대한 말한 이와 들은 이의 해석차이 탓이다.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와 소포클레스적 아이러니의 차이
‘반어’(아이러니)란 뭘까? 일반적으로 아이러니란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로, 겉으론 칭찬과 동의를 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비난이나 부정의 뜻을 신랄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조씨가 구사했다고 주장하는 반어란 이런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비극적 아이러니’(소포클레스적 아이러니)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들으면 뜻하지 않은 의미를 포함하는 경우다. 조씨가 누리꾼으로부터 “왜 <산케이>같은 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말을 했냐”는 비난을 듣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씨가 순진해서였는지 <산케이>가 악의적인 까닭인지 아무튼 조씨는 크게 ‘당했다’. 미묘한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셈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통역을 담당했던 일본인 우시오 게이코(56·여)가 당황해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조씨만큼이나 ‘가시방석’인 그가 27일 한국의 지인한테 편지를 띄웠다. 그는 “조영남은 누구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편지글에서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얘기했다. 일본인 통역 “조씨는 한국 사람들한테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조영남씨는 2004년 9월 ‘야스쿠니신사가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한국이나 중국이 떠들썩한가. 한번 구경이라도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한번 들렀을 뿐 참배는 하지 않았습니다.” “(조씨는) 당연한 사실을 냉정하게 대처해서 문제화시킨 일본이 우리보다 한수 위다(교활하다)라고 얘기했을 뿐입니다.” 그는 “‘너 잘했다, 나보다 한수 위다’라는 말은 정말 잘했다고 칭찬할 때가 있는가 하면 비웃을 때도 있다”며 “현장에 있지 않으면 뉘앙스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편지를 끝맺는다. “조씨는 ‘자기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실을 잘 보자. 이웃 사람과 친구하자. 친구가 많으면 우리도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지 않으냐’ 그 말을 용기를 내서 했을 뿐입니다. 저도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조씨는 절대 한국 사람들한테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우시오 게이코의 편지글 전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가수 조영남(60)과 기자 이상호(37). 둘은 닮았다. 얼굴이 크다는 것말고도, 의도를 갖고 접근한 ‘불순세력’에 한방 먹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했다는 점에서. 다만 이 기자는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중이고, 조씨는 끝모를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까. 올해 초 ‘구치가방 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이상호 기자가 27일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leesangho.com/main/index.php )에 ‘조영남 형’에 대한 동병상련의 심정을 털어놨다. “조영남 형이 어제 내게 물어주었다. 넌 어떻게 견뎌냈냐고. ‘아직 겪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시간이 약이더라고 말해드렸다. 조영남에게 선고된 죄목의 정당성과 동시에 그의 억울함마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제 새롭게 펼쳐질 그의 여정에 깊은 관심이 쏠린다.” 조영남이 잘못 말했나? 산케이가 잘못 알아들었나?
조영남의 ‘죄목’은 두가지. 그 가운데 한가지는 ‘그나마’ 누명을 벗었다. 인터뷰를 한 <산케이신문>이 27일치에서 조씨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고 쓴 것에 대해, “조씨가 ‘방문’했을 뿐 ‘참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남은 죄목은 조씨가 “독도 영유권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냉정히 대처하는 일본을 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한수 위”라고 말했다는 것. 조씨가 이런 말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 기자는 조씨 말을 듣고 기사를 쓴 것이고, 조씨는 “(산케이에) 당했다”고 펄펄 뛰고 있다.
조씨는 “‘일본이 한수 위’라고 한 것은 독도문제의 경우 일본 정부는 빠지고 현 단위에서 움직이는 것이나 마음대로 조례를 만들어놓고 국제재판소에 가서 영향력을 행사해 이겨보겠다는 전략이 대단하다는 일종의 반어법이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번 일이 커진 까닭은 ‘반어’(아이러니)에 대한 말한 이와 들은 이의 해석차이 탓이다.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와 소포클레스적 아이러니의 차이
‘반어’(아이러니)란 뭘까? 일반적으로 아이러니란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로, 겉으론 칭찬과 동의를 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비난이나 부정의 뜻을 신랄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조씨가 구사했다고 주장하는 반어란 이런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비극적 아이러니’(소포클레스적 아이러니)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들으면 뜻하지 않은 의미를 포함하는 경우다. 조씨가 누리꾼으로부터 “왜 <산케이>같은 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말을 했냐”는 비난을 듣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씨가 순진해서였는지 <산케이>가 악의적인 까닭인지 아무튼 조씨는 크게 ‘당했다’. 미묘한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셈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통역을 담당했던 일본인 우시오 게이코(56·여)가 당황해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조씨만큼이나 ‘가시방석’인 그가 27일 한국의 지인한테 편지를 띄웠다. 그는 “조영남은 누구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편지글에서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얘기했다. 일본인 통역 “조씨는 한국 사람들한테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조영남씨는 2004년 9월 ‘야스쿠니신사가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한국이나 중국이 떠들썩한가. 한번 구경이라도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한번 들렀을 뿐 참배는 하지 않았습니다.” “(조씨는) 당연한 사실을 냉정하게 대처해서 문제화시킨 일본이 우리보다 한수 위다(교활하다)라고 얘기했을 뿐입니다.” 그는 “‘너 잘했다, 나보다 한수 위다’라는 말은 정말 잘했다고 칭찬할 때가 있는가 하면 비웃을 때도 있다”며 “현장에 있지 않으면 뉘앙스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편지를 끝맺는다. “조씨는 ‘자기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실을 잘 보자. 이웃 사람과 친구하자. 친구가 많으면 우리도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지 않으냐’ 그 말을 용기를 내서 했을 뿐입니다. 저도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조씨는 절대 한국 사람들한테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우시오 게이코의 편지글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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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씨 일본어 통역의 편지] “조영남은 누구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 친애하는 한국인 여러분들께 지난 4월24일자 산케이신문 기사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통역이라는 직업은, 화자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의 참된 뜻을 파악하고, 정확한 낱말과 표현을 사용해서 객관적으로 사실을 사실대로 전달해야 합니다. 저는 이상의 점을 항상 유의하면서 20년이상 이 업무에 종사해 왔는데, 2004년 9월, 2005년4월에 조영남씨가 일본에 왔을 때 통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산케이신문 기자의 인터뷰도 제가 통역했습니다. 그 현장에 있었고 위와 같은 입장에 있는 제가 그 기사에서 문제가 되어 있는 부분에 관한, 조영남씨의 진뜻을 말하겠습니다. 먼저, 조영남씨가 야스쿠니신사로 간 것은 2004년 9월 한 번입니다. 그것도'그렇게 화제가 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라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있길래 한국이나 중국이 떠들석한가. 한번 구경이라도 해볼까'그런 마음으로 간 것입니다. 막상 가보면 특별히 놀랄만한 것은 없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도리(신사를 상징하는 문)가 눈에 띄었습니다. 조영남씨는 “난 일본의 홍보작전에 속았구나. 실은 별거 아닌 사찰같은 건물을 그렇게 국제적인 화제거리로 만들고, 나 같이 일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까지 여기에 오게끔 만들었으니.”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당연히 참배는 하지도 않았고, 인터뷰에서 그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여러번 인터뷰를 받았습니다) 강력하게 “않했지, 왜 내가 해? 가기만 한거야. 절대 안하지.” 그런 식으로 강력하게 부정했습니다. 저도 이런 중요한 통역을 잘못 말할 리가 있겠습니까. 강조해서 아니라고 했습니다. 독도, (역사) 교과서 문제에 관해서도 인터뷰 때 마다 질문을 잘 받았습니다. 조영남씨는 “저는 학자도 아니고 외교관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 책에서는 그 문제에 관해서 한마디도 안썼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 마누라가 옆에 있는데 어떤 남자가 갑자기 ‘이 여자는 내꺼야’라고 말했다면 반응이 두 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 하냐, 때려줘야지’라는 사람과 ‘아이구 미친 소리, 당연히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내 아내인데. 무시하자’ 그런 반응이 있을 수가 있다. 나는 후자다.”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을 그 남자로 비유해서, 당연한 사실을 일본이 냉정하게 대처해서, 문제화시킨 일본이 우리 보다 한 수 위다(교활하다), 그런 문맥에서 나온 말입니다. 또 산케이신문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일본측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한 자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마주 앉아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항상 말했습니다. 오랫 동안 통역을 해왔던 제 생각입니다만, 말이라는 것은 살아 있습니다. 같은 단어라도 그 상황, 말투,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너, 잘했다, 나보다 한 수 위다. '라고 말해도 정말 잘했다고 칭찬할 때가 있는가 하면, 비웃을 때도 있습니다. 그 현장에 있지 않으면 그 뉘앙스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해하거나 왜곡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조영남씨는 특유의 해학성이 있고, 반어적인 표현도 잘 씁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 기저에는 남을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이 있습니다. 조영남씨는 제가 보기에 정말 한국 사람다운 한국 사람입니다. 솔직하고 정이 많고 친구 만들기를 잘하고, 누구보다 자기 나라 한국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자기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실을 잘 보자. 이웃 사람과 친구하자. 친구가 많으면 우리도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지 않으냐. 그 말을 용기를 내서 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조영남씨는 절대 한국 사람들한테 비난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시오 게이코(牛尾惠子)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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