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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생위한 정책’ 펼칠 교육감 뽑아주세요

등록 2008-07-28 22:35수정 2008-07-28 22:47

우리는 이런 교육감 원해요
우리는 이런 교육감 원해요
청소년들 시험지옥·영어몰입교육 등 반대 목소리
지난 석 달 가까이 이어져온 촛불시위는 10대 교복부대, 이른바 ‘촛불소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4·15 학교 자율화 조처로 0교시, 강제 야간자율학습, 우열반 부활 등이 현실화하자, ‘미친 교육’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오는 30일 첫 주민 직선으로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교육 3주체’ 가운데 하나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교육감을 뽑는 선거가 정작 당사자들은 제쳐둔 채 ‘어른들만의 잔치’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학교와 학원, 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나, 그들이 원하는 교육감은 어떤 사람인지 들어 봤다.

서울 관악구 인헌중 앞에서 만난 1학년 오민지양은 “가장 괴로운 것은 시험”이라며 “중학교에 올라와서 중간고사 9과목, 기말에는 11과목의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오양은 “꼭 시험으로 평가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도 많은데, 시험을 줄여줄 수 있는 교육감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며 “엄마에게 투표를 잘 해달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수서중 1학년 배찬호군도 “중학생이 된 뒤 시험 때문에 충격이 컸다”며 “전국적으로 치르는 시험이 새로 생기는 등 시험 횟수도 많은데다 한꺼번에 여러 과목을 보니, 무작정 외우고 학원도 더 많이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판소리를 전공하고 있는 국립국악학교 1학년 윤재원군은 “영어로 수업을 하는 건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다”며 “판소리도 영어로 해야 하는 거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2학년 조예린양도 “지금도 영어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영어 몰입교육은 심한 것 같다”며 “영어 몰입교육을 반대하는 후보에게 한 표 찍으라고 엄마에게 말할 생각”이라고 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위주의 교육을 바꿔 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문고 3학년 나다솔군은 “10대에는 성적에 매달리기보다는 자기의 적성이 뭔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대학에 들어간 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며 “점수가 아닌 학생들의 적성과 재능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감이 당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구로고 2학년 김지현양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 시험 하나에 거의 목숨을 거는 분위기여서, 스트레스 때문에 영양제 주사를 맞는 친구들도 많다”며 “지금도 학교가 입시를 위한 전쟁터 같은데, 0교시·강제보충·우열반이 확산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양은 “0교시, 강제 보충 등에 반대하는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파고 2학년 김보연양도 “역사책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 직접 유적지를 탐방해 공부하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데, 입시 때문에 학교에선 불가능에 가깝다”며 “신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발·복장·체벌 등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인헌중 2학년 채소라양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복장이나 두발 등에 대해 합당한 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친구 김민영양도 “사실 복장이나 머리 모양이 학교 공부와 그렇게 큰 상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조금 과도하게 단속하는 측면이 있다”며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교육감이 꼭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문여중 3학년 김혜미양은 “미국산 쇠고기가 학교 급식으로 나올까봐 겁이 난다”며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켜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구로고 2학년 박미선양은 “새로운 교육감이 펼칠 정책의 대상이 우리들인데, 투표권이 없다는 것은 좀 이상한 것 같다”며 “어리다고 무작정 판단이 미숙할 것이라고 보는 어른들의 생각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외고 2학년 유민주양도 “학생들이 투표할 수 있어야, 교육감이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엔 투표권이 있는 엄마·아빠·언니·오빠들이 학생들의 입장도 잘 헤아려서 제대로 한 표를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홍기정 인턴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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