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20대여성 검거…경찰 “마약 사기 위해 범행”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편과 친어머니 등 일가족 4명의 눈을 찔러 실명시키고 집에 불을 지른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의 첫째·둘째 남편은 치료 과정에서 모두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2000년부터 최근까지 이런 수법으로 보험금 5억9천여만원을 타낸 엄아무개(28)씨를 현주건조물 방화 치사상, 존속 중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전직 보험설계사인 엄씨는 2000년 5월 남편 이아무개(당시 26)씨에게 수면제가 든 약을 먹인 뒤 핀으로 오른쪽 눈을 찔러 멀게 했다. 엄씨는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약을 먹고 정신을 잃은 이씨의 배를 흉기로 찌른 뒤 “남편이 술에 취해 자해를 했다”고 보험사를 속였다. 이씨는 2002년 3월 숨졌고, 엄씨는 2억8천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엄씨는 이씨가 숨진 뒤 4개월여 만에 임아무개(당시 31)씨와 재혼했다. 그러나 임씨 역시 같은 수법으로 눈을 찔러 보험금 3900여만원을 타냈다. 임씨는 2003년 초 합병증으로 숨졌다.
엄씨는 2003년 7월엔 어머니 김아무개(55)씨와 오빠(31)도 비슷한 수법으로 실명시켜 보험금을 타냈다. 엄씨는 오빠와 남동생(27)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몰래 팔아 버린 뒤 들통날 것이 두려워 올해 1월 아파트에 불을 질러 오빠와 남동생에게 화상을 입혔다.
경찰은 “엄씨의 남편과 가족들이 이런 일을 당하기 전 집중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원치 않은 결혼을 한데다 2000년 딸을 사고로 잃은 뒤 우울증을 앓으며 마약을 해온 엄씨가 마약을 사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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