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양심선언’ 의경 “강제 연행 보다는 당당히 재판”

등록 2008-07-31 14:29수정 2008-07-31 21:35

촛불집회 진압작전에 투입돼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지난 27일 ‘촛불진압 현역의경의 인간선언을 했던 이길준 의경(가운데)이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체포영장에 응해 중랑경찰서로 자진출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의경은 법원과 감옥에서도 삶에서 주인이 되기 위한 저항, 전의경제도의 부당함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촛불집회 진압작전에 투입돼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지난 27일 ‘촛불진압 현역의경의 인간선언을 했던 이길준 의경(가운데)이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체포영장에 응해 중랑경찰서로 자진출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의경은 법원과 감옥에서도 삶에서 주인이 되기 위한 저항, 전의경제도의 부당함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길준 이경, 경찰에 자진 출두
“양심적 병역거부 사회 공론화 바래”
전투경찰대설치법 ‘헌법 소원’ 준비
‘촛불시위 진압’으로 특별외박을 나왔다가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25일 양심선언을 한 뒤 27일부터 5일간 농성을 벌여온 이길준(25) 이경이 31일 오전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이 이경은 자신이 그동안 촛불집회 진압작전에 투입된 것을 두고 ‘더 이상 진압의 도구로 쓰이고 싶지 않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이 이경은 서울 신월동 성당 앞 마당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했는데 나는 죄인이 아니다. 당당히 재판을 받겠다”고 밝히며 “앞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이 이경은 중랑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다.

애초 이길준 이경은 전의경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인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30일 검찰이 이 이경의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이길준 이경과 함께하는 농성단’ 쪽은 회의를 거쳐 이 이경이 자진 출두하기로 결정했다. 농성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 예상보다 빨리 체포영장이 청구돼, 공권력에 의해 강제연행 되기보다는 당당하게 재판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결정과정을 설명했다. 이 이경의 부모 역시 자진 출두 결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단 쪽은 이후 재판과정을 지켜보며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군인이 경찰업무에 동원되지 않도록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농성단의 이용석 상황실장(28)은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을 돕고 따로 지원단을 만들어 이 이경의 수감 후 생활을 돕는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이경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덕우 변호사는 “헌법 77조엔 ‘계엄 선포를 하지 않고는 경찰 대신 군인을 동원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전투경찰대설치법은 헌법을 위반하고 있고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10시에 열린 기자회견은 10여분만에 끝났고, 이 이경의 부모와 일반 시민 3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해 이 이경의 출두 모습을 지켜봤다. 몇몇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거나 “힘내라”고 외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 이경은 가벼운 평상복 차림으로 농성단 쪽이 마련한 승용차에 올랐고 이덕우 변호사와 나승구 신월동 성당 주임신부가 동행했다.

다음은 이길준 이경의 인삿말과 일문일답이다.

저에게서 어떤 것을 보셨든 어떤 것을 바라셨든 저는 많은 힘을 얻었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삶을 충실하게 살면서 보답하겠습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마음에 따른 행동이지만 수많은 해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일이 답해드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논의들이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담담한 마음으로 가고 싶습니다. 거창하게 정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잘 하고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짧은 기간에 농성이 마무리되었는데 너무 급하게 정리한 것이 아니냐.

=급한 것이 아니라 (육군복무전환을 신청한) 이아무개 상병 같은 경우는 복무전환 신청을 한 후 이중삼중 처벌을 당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양심적 병역 거부다. 판사 앞에서 떳떳하게 이야기하고 싶었고 경찰에 빨리 나를 고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어제 체포영장이 나왔기 때문에 출두하는 것이다. 이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이다.

-헌법소원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투경찰대설치법과 경찰법 4조, 25조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형사 재판 과정에서 위헌 법률 심판을 제기할 것이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헌법 소원 신청을 낼 것이다.

-이전 기자회견에서 ‘즐거운 저항의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전의경제도 말고 저항할 것이 있는가.

=다른 건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제 인생에서 양심선언은 하나의 전환점이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실망시켜드리지 않게 하겠다.

-다른 전의경에 한 마디 해 달라.

=양심이라는 단어가 오해를 받고 있는데, 나는 내 양심에 따라서 선언을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그 양심에 따라서 (복무)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비난해선 안되고 (그들 역시)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전의경들도) 주변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전의경 여러분 수고 많다.

허재현기자, 김효정 인턴기자 cataluni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