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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형사소송법개정안 집단반발 움직임

등록 2005-04-28 19:10



검찰 “수사권 무력화” 공판중심주의를 기소?

[3판] 형사소송 절차를 공판 중심으로 바꾸려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결론에 대한 검찰 반발의 핵심은 ‘피고인신문 제도 폐지’와 ‘진술조서의 증거 사용 금지’에 맞춰져 있다. “재판에서 혐의 입증이 어려워져 수사권이 무력화된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여기에 최근 검찰이 의욕적으로 준비 중인 녹음·녹화 자료도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한 점도 검찰을 자극했다.

반면, 법원이나 학계, 시민단체 등 공판중심주의를 찬성하는 쪽은 “수사권이 무력화되는 게 아니라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질 뿐”이라며 “인권보호와 당사자 의사에 충실한 공판 중심의 재판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맞서고 있다.

◇ 검찰 반발 배경=검찰은 사개추위 안대로 시행될 경우 수사로 얻은 진술 증거가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모두 차단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사건 해결의 많은 부분을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 검찰로서는 수사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뇌물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은 ‘말’ 외에 다른 입증 방법이 없다”는 항변도 이런 맥락이다.

“재판서 혐의 입증 어려워져” 주장
“피고인 인권보호 가야할 길” 지적

특히, 검찰은 피고인신문 폐지안을 치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검사)뇌물로 1억 받았지요”, “(피고인)아니요, 3천만원밖에 안 받았습니다”, “(검사)청탁의 대가인 것은 맞지요?”, “(피고인)아니요, 동창이라 정치자금으로 받았을 뿐 대가성은 없었습니다”라는 식으로 재판이 진행돼야, 판단자(법관이나 참·배심원)가 ‘어찌됐든 돈을 받았구나’라는 심증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검찰은 피고인신문을 제한하는 미국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제도들이 잘 돼 있는데, 사개추위 안에는 이런 대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양형 기준이 뚜렷할 뿐 아니라 플리바겐(유죄를 인정하면 형량을 경감하거나 조정하는 제도) 등이 있어 검찰 수사에 숨통을 터주고 있다. 또 기소 전에 검사가 주관하는 수사배심(대배심) 제도를 두고 있어, 혐의 입증에 필요한 참고인·증인을 확보하거나 허위진술 처벌, 구인영장 발부 등의 편의를 얻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클린턴의 경우에도 수사배심 때 거짓말을 해 처벌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고인 인권 보장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에 따른 피고인과 참고인의 의무 확대 제도 등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검찰의 이런 반발에 대해 판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공판중심제도를 보완하는 제도는 앞으로 사개추위 논의과정에서 차차 마련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수사권 자체가 무력화된다는 검찰의 우려는 검찰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역할을 폄훼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개추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검찰 수사 관행이 크게 바뀌는 점에 대한 불안 심리일 뿐”이라며 “공판 중심으로 재판 제도를 바꾸기로 한 이상 이번 결정은 예정된 결과였다”고 잘라 말했다.

◇ 검찰, 예상 못했나?=사실 이번 사개추위의 안은 지난해 본격적인 논의가 됐던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검토됐던 부분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주 말 사개추위 실무추진단에서 오랜 논쟁 끝에 단일안을 마련한 게 계기가 됐다. 단일안 결과를 접한 검찰은 ‘협상 실패, 또는 패배’로 받아들였고, “설마 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왔냐”며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형국이다.

하지만 사개추위는 지금껏 “오래 끌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다음달 열리는 전체회의 일정에 맞춰 단일안을 마련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내부에서는 “사개추위 논의를 너무 안이하게 지켜본 게 아니냐”는 후회도 나오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법정선 검찰도 피고인도 ‘대등’

일방적 검찰신문 사라져…조서도 동의 있어샤 증거 인정

재판 어떻게 달라질까

실제로 사개추위가 마련한 방안이 확정되면 재판은 어떻게 달라질까?

사개추위 안의 큰 틀은 공판중심주의의 원칙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류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의 재판과 달리, 법정에서의 ‘말’과 ‘증거’를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모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 단계가 아니라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검찰도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대등한 당사자’의 처지에서 재판에 참여해야 한다.

우선 검찰의 피고인 신문이 폐지된다. 재판이 시작되면 판사는 “검찰, 신문하시죠”라고 하는 대신에, “피고인은 검찰 신문을 받겠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피고인이 신청할 때에 한해, 증인신문과 마찬가지로 변호인·검사 순서로 동등하게 피고인을 신문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검사가 피고인을 신문하고 추궁하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다.

검사가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제출합니다”라고 하던 것도 달라진다.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검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원칙적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인정한다 하더라도, 조서 자체를 제출하는 대신 검사는 직접 법정에서 피의자 신문조서를 ‘읽어야’ 한다.

첫 공판 전에 피고인 쪽에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을 열람·등사해주지 않으면, 검찰의 수사기록도 법정에 증거로 제출할 수 없다. 법정에 ‘대등한’ 입장으로 서야 하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위법적으로 수집된 증언이나 물증은 당연히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위압적인 법정구조도 달라져야 한다. 사개추위는 민사재판에서 원·피고가 서로 마주보고 앉는 것처럼 검사와 피고·변호인의 자리를 마주하게 하거나, 검사와 피고인을 나란히 앉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개추위는 이런 재판운용 방안을 다음달 본회의에서 최종확정하고 2007년부터 5년 동안 시범적으로 시행될 참·배심 혼합재판에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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