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정부가 집값 안정을 부동산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도 최근 강남 집값이 급등하고 이에 놀란 정부가 급히 전방위적인 ‘재건축 옥죄기’에 나서는 등 부동산시장이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한동안 사그라들었던 ‘강남 불패’ 신화가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재건축 비리와 투기적 거래를 뿌리뽑으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부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재건축 파동을 뼈저린 자성의 계기로 삼아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각종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해 나가면서 효율성도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강남집값 급등 왜?
작년말 일부 규제풀어 신뢰 흠집
개발이익환수제 등 법처리 지연 정부정책 문제는?
공급 확대에만 의존 부작용 초래
불로소득 과세·재산세 형평 먼저 ■ 온탕냉탕식 정책 혼선이 화 불러=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정세를 보였던 강남 집값이 올 들어 급등한 것은 일반분양에 들어간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치솟고 근거없이 초고층 재건축설이 나도는 등 투기 요인이 작용한 게 사실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말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면서 빌미를 제공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03년 10·29 대책 영향으로 지난 한 해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1년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밑돌아 ‘강남 불패’ 신화가 사실상 깨졌다. 이는 보유세 과세가 현실화하고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집부자들을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다 잇단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 자체가 침체에 빠지면서 지난해말부터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에 혼선이 초래됐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0·29 대책 직후 3만8천여가구에서 1년 뒤인 지난해 10월 말 5만8900가구까지 늘었고 주택시장의 거래 위축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위축되자 정부는 주택 투기지역을 부분 해제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부동산 정책이 온탕냉탕을 오가는 식으로 번복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청와대, 여당간의 혼선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결정적인 흠집을 냈다.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세 문제 놓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연기 검토’, 청와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강행’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주요 부동산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제때 처리되지 못하면서 시장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지난해 말 지방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방침만 믿고 아파트 등기를 미룬 입주자들이 혼란에 빠졌던 것이 단적인 예다. 부동산 매매 때 실거래가 통보를 의무화하는 부동산 실거래값 신고에 관한 법률도 애초에는 올해 7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처리가 지연되면서 시행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는 등 시행이 늦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 보유세제 개혁 흔들림 없어야=정부는 최근 일련의 재건축 대책은 어디까지나 국지적인 집값 급등에 대응한 것으로, 투기적 거래 근절을 통한 수요관리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재건축을 압박해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의 투기 행위를 척결해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판교새도시를 비롯한 강남 대체지역에서 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려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게 정책의 기본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집값 안정을 항상 공급 확대에만 의존해 풀어나가려는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강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재건축을 활성화해도 주택공급을 늘리는 데 어차피 한계가 있고, 판교새도시를 비롯해 강남을 대체할 만한 곳을 계속 개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과 부작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불로소득에 대해 철저한 과세와 보유 자산에 걸맞는 재산세 형평 과세를 실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감면 조례를 내세워 지역주민들의 재산세 인하를 시도하고 나선데 대해서도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면지역과 비감면 지역간 과세 형평성이 무너진다면 종합부동산세가 처음으로 부과되는 올해부터 부동산 세제개혁 정책이 차질을 빚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 19일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는 실제 재건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되,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최고 20%인 임대주택 건립 비율을 더 높이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완기 경제정의실천연합 시민감시국장은 “늘어나는 용적률의 20%까지만 임대주택을 지어서는 여전히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가 개발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투기 잡기 정부 개입 늦은감” “재건축 위축 되레 상승 빌미” ■ 전문가 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재건축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필요는 있지만 정부의 대책이 과연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투기를 잠재우고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강남 재건축 사업 위축은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공급 확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데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김성식 엘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강남 집값이 급등한 것은 실수요가 아닌 투기수요에 의한 것으로 정부의 개입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재건축 사업 지연이 공급을 줄여 가격상승을 불러온다는 주장은 시장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 저층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가구수가 늘어나 공급 확대 효과가 있지만 중층 단지는 재건축해도 가구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면서, “무분별한 강남 재건축보다는 2기 새도시와 강북 뉴타운사업 등 다른 지역에서 공급을 확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강남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재건축을 억누르는 조처는 강남 집값을 더 공고히 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종완 알이멤버스 대표는 “분양값 인하를 유도하면서 재건축 사업을 틀어막는 정책은 공급물량 감소나 시기 지연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강남 집값 상승의 빌미를 줄 위험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도 “강남 재건축 분양값을 시장가격 이하로 내리더라도 시세차익만 발생시킬 뿐 주변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밝힌 중층아파트 재건축 불허, 저층아파트 재건축 활성화 방침은 자칫 시장에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층아파트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면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개발 밀도를 높여줘야 하는데 이는 쉽게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투기꾼에 밀리지 않겠다” 건교부-경찰-국세청 전방위 압박
“정부의 강경책이 먹혀 당분간은 안정되겠지만 다시 오를 것이다. 강남 불패라는 말이 쉽게 사라지겠느냐.” (부동산 중개업자) “착각하자 말라.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 정책은 변할 리가 없다.” (건설교통부 관계자) 부동산 시장의 ‘화약고’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 등을 잡기 위해 건설교통부가 앞장서고 경찰, 국세청 등 부동산과 관련된 정부의 모든 기관이 동원된 전방위적인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집값만은 안정시킬 것이라는 ‘참여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종대 건교부 주택국장은 28일 “집값 불안의 근원지인 강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재건축 시장의 높은 분양가와 담합비리 등을 잡지 않고서는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없다”며 “쓸 수 있는 정책을 다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꾼, 담합비리 등이 사라지고 질서가 잡힐때까지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 밀리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겠느냐”며 “올 연말까지 전방위적인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건교부는 강남 부동산 시장의 오름세가 계속되면 내년에도 이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재건축조합과 건설사가 짜고 마음대로 분양가를 올려받고, 폭력배까지 개입된 작전세력들이 시장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이 투명하지 않으니 투명해질 때까지 정책으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시공사 사전 개입금지, 채권입찰제와 분양값상한제 도입, 재건축조합설립인가 후에는 재건축 조합원자격취득 제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이 포함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한데 이어, 최근에는 문제가 있는 재건축 단지는 분양승인 취소·보류라는 강경책까지 꺼냈다. 경찰은 재건축 비리에 대해 전면수사 중이다. 지나치게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한다는 일부의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이란 명분을 내걸고 강도 높은 규제책을 잇따라 꺼내든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투기적이고 돈많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부동산 가격에 실수요자만 골탕먹고 이들이 챙긴 이득 가운데 세금으로 내는 것은 터무니없이 적어, 서민들이 절망하는 것은 막아보겠다는 의지는 읽혀진다. 그러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정권 말기로 가면 부동산 규제 정책이 느슨해질 것”이라며 “이런 흐름으로 볼때 부동산 가격은 조만간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을 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면 언제든지 부동산 시장은 불안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서 국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 국민 신뢰를 잃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만은 믿어달라”고 말했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작년말 일부 규제풀어 신뢰 흠집
개발이익환수제 등 법처리 지연 정부정책 문제는?
공급 확대에만 의존 부작용 초래
불로소득 과세·재산세 형평 먼저 ■ 온탕냉탕식 정책 혼선이 화 불러=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정세를 보였던 강남 집값이 올 들어 급등한 것은 일반분양에 들어간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치솟고 근거없이 초고층 재건축설이 나도는 등 투기 요인이 작용한 게 사실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말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면서 빌미를 제공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03년 10·29 대책 영향으로 지난 한 해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1년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밑돌아 ‘강남 불패’ 신화가 사실상 깨졌다. 이는 보유세 과세가 현실화하고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집부자들을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다 잇단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 자체가 침체에 빠지면서 지난해말부터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에 혼선이 초래됐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0·29 대책 직후 3만8천여가구에서 1년 뒤인 지난해 10월 말 5만8900가구까지 늘었고 주택시장의 거래 위축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위축되자 정부는 주택 투기지역을 부분 해제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부동산 정책이 온탕냉탕을 오가는 식으로 번복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청와대, 여당간의 혼선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결정적인 흠집을 냈다.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세 문제 놓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연기 검토’, 청와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강행’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주요 부동산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제때 처리되지 못하면서 시장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지난해 말 지방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방침만 믿고 아파트 등기를 미룬 입주자들이 혼란에 빠졌던 것이 단적인 예다. 부동산 매매 때 실거래가 통보를 의무화하는 부동산 실거래값 신고에 관한 법률도 애초에는 올해 7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처리가 지연되면서 시행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는 등 시행이 늦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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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잡기 정부 개입 늦은감” “재건축 위축 되레 상승 빌미” ■ 전문가 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재건축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필요는 있지만 정부의 대책이 과연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투기를 잠재우고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강남 재건축 사업 위축은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공급 확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데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김성식 엘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강남 집값이 급등한 것은 실수요가 아닌 투기수요에 의한 것으로 정부의 개입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재건축 사업 지연이 공급을 줄여 가격상승을 불러온다는 주장은 시장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 저층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가구수가 늘어나 공급 확대 효과가 있지만 중층 단지는 재건축해도 가구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면서, “무분별한 강남 재건축보다는 2기 새도시와 강북 뉴타운사업 등 다른 지역에서 공급을 확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강남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재건축을 억누르는 조처는 강남 집값을 더 공고히 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종완 알이멤버스 대표는 “분양값 인하를 유도하면서 재건축 사업을 틀어막는 정책은 공급물량 감소나 시기 지연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강남 집값 상승의 빌미를 줄 위험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도 “강남 재건축 분양값을 시장가격 이하로 내리더라도 시세차익만 발생시킬 뿐 주변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밝힌 중층아파트 재건축 불허, 저층아파트 재건축 활성화 방침은 자칫 시장에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층아파트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면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개발 밀도를 높여줘야 하는데 이는 쉽게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투기꾼에 밀리지 않겠다” 건교부-경찰-국세청 전방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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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경책이 먹혀 당분간은 안정되겠지만 다시 오를 것이다. 강남 불패라는 말이 쉽게 사라지겠느냐.” (부동산 중개업자) “착각하자 말라.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 정책은 변할 리가 없다.” (건설교통부 관계자) 부동산 시장의 ‘화약고’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 등을 잡기 위해 건설교통부가 앞장서고 경찰, 국세청 등 부동산과 관련된 정부의 모든 기관이 동원된 전방위적인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집값만은 안정시킬 것이라는 ‘참여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종대 건교부 주택국장은 28일 “집값 불안의 근원지인 강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재건축 시장의 높은 분양가와 담합비리 등을 잡지 않고서는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없다”며 “쓸 수 있는 정책을 다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꾼, 담합비리 등이 사라지고 질서가 잡힐때까지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 밀리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겠느냐”며 “올 연말까지 전방위적인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건교부는 강남 부동산 시장의 오름세가 계속되면 내년에도 이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재건축조합과 건설사가 짜고 마음대로 분양가를 올려받고, 폭력배까지 개입된 작전세력들이 시장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이 투명하지 않으니 투명해질 때까지 정책으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시공사 사전 개입금지, 채권입찰제와 분양값상한제 도입, 재건축조합설립인가 후에는 재건축 조합원자격취득 제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이 포함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한데 이어, 최근에는 문제가 있는 재건축 단지는 분양승인 취소·보류라는 강경책까지 꺼냈다. 경찰은 재건축 비리에 대해 전면수사 중이다. 지나치게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한다는 일부의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이란 명분을 내걸고 강도 높은 규제책을 잇따라 꺼내든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투기적이고 돈많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부동산 가격에 실수요자만 골탕먹고 이들이 챙긴 이득 가운데 세금으로 내는 것은 터무니없이 적어, 서민들이 절망하는 것은 막아보겠다는 의지는 읽혀진다. 그러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정권 말기로 가면 부동산 규제 정책이 느슨해질 것”이라며 “이런 흐름으로 볼때 부동산 가격은 조만간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을 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면 언제든지 부동산 시장은 불안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서 국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 국민 신뢰를 잃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만은 믿어달라”고 말했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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