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근(전 청와대 공보수석·사진)
정보사 ‘식칼보복’ 20돌 맞은 오홍근씨
“정권의 언론탄압 노골적…과거로 회귀”
사이버모욕죄 · 언론사주 “불합리” 비판
“정권의 언론탄압 노골적…과거로 회귀”
사이버모욕죄 · 언론사주 “불합리” 비판
“정권의 언론 탄압은 온전히 그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상황이 더 나빠진 측면도 있습니다. 그때는 기자들의 언론 자유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정권에 대한 언론의 ‘바른소리’ ‘싫은소리’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있었죠. 지금 정권은 ‘싫은 소리’를 하면 입을 틀어막겠다며 노골적으로 덤비는 모양새입니다. 전형적인 권위주의 통치 방식입니다.”
꼭 20년 전이다. 1988년 8월6일 당시 오홍근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 출근길 집 앞에서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회칼테러를 당했다. 오 부장이 <월간중앙>에 연재한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칼럼에 불만을 품고 정보사령부 장교들이 사령관의 결재까지 받아 테러를 자행(작은사진)한 것이다. 그 후 20년. 오홍근(전 청와대 공보수석·사진)씨는 오히려 그때보다 언론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사이버 모욕죄’가 무슨 말입니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터넷 여론에 대한 ‘목조르기’입니다. 법정에서도 다툼이 있는 ‘명예훼손’ 여부를 일개 포털업체가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 피해자임을 자처하면 우선 삭제부터 하고 방송통신심의위 심의 결과가 나오는 30일 동안 묻어두라는 얘기가 과연 21세기에 가당한 일인지 묻고 싶어요.”
그는 정보사 테러 이후 회사로부터 위로 휴가를 받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가 놀라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당시 경영진이 제가 없는 동안 군 실력자들을 차례로 만나 ‘손이 발이 되도록 사죄했다’고 하더군요. 군인들이 회칼로 언론인을 도륙했는데, 왜 피해자 쪽에서 사과하고 다녀야 하는지 못 견디게 괴로웠고 부끄러웠습니다.”
오씨는 결국 언론 자유의 주체는 언론인 자신이라고 진단한다. “군인들도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지 못했습니다. 빼앗긴 언론 자유를 되찾아 세우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눈물, 피를 흘렸기 때문입니다.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어렵게 여기까지 밀고 온 민주화의 수레바퀴를 지금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는 “언론사주들이 기자들에게 언론 자유를 되돌려줘야 한다”며 “아버지를 잘 만난 이유만으로 대물림하고 앉은 보수 언론 사주들이 신문을 활용해 배타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4년 가스안전공사 사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최근에는 인터넷 매체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고, 언론계 활동을 정리하는 집필을 구상 중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월간중앙>에 연재한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칼럼에 불만을 품고 정보사령부 장교들이 사령관의 결재까지 받아 테러를 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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