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접촉이 없는 사이버상에서라도 상대방을 협박해 강제로 옷을 벗겼다면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 박순관)는 화상채팅을 하면서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이아무개(33)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성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10살짜리 미성년자와 화상채팅을 하면서 옷을 벗도록 강요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가 피해자와 합의하고 죄를 반성하는 점을 감안해 보호관찰 1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성추행 범죄는 통상 같은 공간에서 신체 접촉 등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지만, 재판부가 사이버 공간에서라도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것을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 1월 화상채팅 사이트를 통해 전화번호까지 알게 된 10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다른 사람과 화상채팅 과정에서 알몸을 보여준 사실을 알아냈다. 이씨는 이런 사실을 학교 등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해 여자 어린이를 자신이 화상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하고 옷을 벗어 몸을 카메라로 비추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의정부/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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