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주축 식민지배 미화”
한국사연구회·한국역사연구회·한국근현대사학회·역사문제연구소 등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14개 학회가 정부 주도의 ‘건국 60주년’ 사업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사연구회 등은 12일 오후 ‘건국절과 현대사박물관 건립 철회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른바 ‘건국 60주년’ 기념 사업이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려는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 및 특정인을 ‘국부’로 만들려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편향된 방향에서 진행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한국사 관련 학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사연구회를 비롯해 관련 학회 대부분이 참가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광복절’의 명칭에는 해방과 정부 수립을 동시에 경축하는 의미가 있다”며 “이를 ‘건국절’로 바꾼다면 대한민국 정부수립만을 경축하자는 것이며, 결국 민족의 해방을 위해 싸운 이들보다 건국에 참여한 이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학자들은 성명에서 ‘광복절’의 명칭이 이미 해방과 정부수립을 동시에 기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49년 9월, 국경일 제정을 처음으로 검토할 당시 이승만 정부는 8월15일 명칭에 대해 독립에 비중을 둔 ‘독립기념일’을 제안했지만, 국회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과 정부 수립의 날을 동시에 경축하자는 뜻에서 ‘광복절’로 명칭을 바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광복절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고 광복절 명칭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것은 “광복절의 의미를 반쪽으로 축소하는 일”이라고 역사학자들을 비판했다.
아울러 이 학회들은 지난 4일 정부가 세종로 현대사박물관 건립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 현대사에 대한 학계의 쟁점이 많은 상황에서 자칫하면 일부 학자들의 편향된 시각만 담긴 박물관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 사안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상기 한국근현대사학회 회장(충남대 국사학과)은 “역사는 정치인들이 함부로 만들거나 일부 학자들이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야 모든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가 되는 만큼, 역사를 이데올로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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