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방송> 노조원들이 12일 밤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5층 뉴스센터 복도에서 경영진이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명령을 받아들여 방송을 내보내려는데 항의하며 사과방송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방송> 화면 촬영
경영진, 방통위 명령통보 직후 수용…재심청구 포기
“굴욕적이고 비겁한 결정…사과방송 물리적 저지”
“굴욕적이고 비겁한 결정…사과방송 물리적 저지”
<문화방송>이 12일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아들여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이 회사 노조는 경영진의 사과 방송 결정에 반발해 물리적 저지에 나섰으나 방송이 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노조는 “사과 방송 수용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굴복이며 백기투항하는 것”이라며 엄기영 사장의 퇴진까지 고려한 투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문화방송은 이날 ‘올림픽 특집 뉴스데스크’가 끝난 직후인 10시40분께 사과 방송을 통해 “주저앉은 소에 대해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하는 표현을 방송하고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이 94%라고 방송하는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 일방의 견해만 방송했다”며 시청자에게 사과했다.
앞서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은 이날 오후 확대간부회의에서 “피디수첩의 기획 의도와 사실관계의 정확성 그리고 문화방송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11일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를 결정하고 사과 문안을 담은 결정문을 문화방송 쪽에 통보했다. 문화방송은 30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나 이를 포기하고 서둘러 사과 방송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경영진은 또 이날 피디수첩 제작진인 조능희 책임피디와 진행자인 송일준 부국장에 대해 보직 해임 징계를 통보했다.
엄 사장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제도 개선책도 약속했다. 그는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정확성·공정성·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좀더 강화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며 “데스크 기능을 강화하고 법률 전문가의 사전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피디들이 직접 기획하고 취재하는 피디수첩 등의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좀더 엄격한 검증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쪽 관계자는 “지난 7일 임원 워크숍에서 사장님이 임원들의 의견을 듣고 오늘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쪽 결정이 나온 뒤 노조원 70여명은 저녁 7시부터 여의도 사옥 2층 조정실과 5층 뉴스센터를 지키며 시청자 사과 방송 테이프 반입을 막았다. 하지만 뉴스가 끝난 뒤 기습적으로 사과 방송이 나오자 조정실 등을 지키던 조합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일부 여성 조합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회사 쪽에서 조합원들의 저지를 피해 사과 방송 화면을 핫라인을 통해 직접 조정실로 보내 방송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원 60여명은 밤 11시부터 1층 로비에서 연좌 농성에 들어갔고 시민 50명은 사옥 바깥에서 촛불시위에 나섰다.
박성제 노조위원장은 “오늘부터 엄기영 등 경영진과 노조는 절대 함께 가지 않겠다”며 “앞으로 노조는 정권에 꼬리 내리고 고개 숙인 엄 사장에 대한 퇴진까지 고려한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촛불민심 저버리고 독재 권력에 굴복한 엠비시(MBC) 경영진은 각성하라’는 성명을 내어 “엠비시 경영진은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끝내 굴복하고 말았다”며 “그동안 기대와 믿음으로 엠비시를 응원해온 국민과 저널리즘 정신으로 고군분투해온 피디수첩 제작진의 뜻을 저버린 엠비시 경영진의 반민주적·반언론적 행위에 깊은 절망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동훈 송경화 기자 cano@hani.co.kr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12일 낮 서울 여의도역 들머리에서 ‘공영방송 사수·방송장악 저지 규탄대회’를 마친 뒤 시민들에게 홍보 인쇄물을 나눠주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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