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어린이가 제 생각을 펼칠 공간이 있는가”

등록 2005-04-29 15:41

■ [인터뷰] 유엔 아동인권위원 이양희 교수

유엔 아동인권위원으로 활동중인 이양희 교수(성균관대 아동학·▷사진)는 29일 “인권이라는 것이 경제지표처럼 수치화할 수는 없다”며 “우리 아이들의 인권이 전에 비해 많이 향상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아동인권협약의 원칙과 구체적인 내용을 널리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동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법안을 만들고 고치는 국회의원과 인권보호자이면서도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교사들을 상대로 한 인권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아동권리협약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 따라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생소하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회원국들의 아동 인권을 모니터링한다. 당사국 정부가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하고 인권단체들도 보고서를 보낸다.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위원들이 매년 세 차례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어 심의하고 협약 이행에 관한 권고안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올해는 중국 어린이 인권을 심의하는 수석심의관을 맡았다.

-­ 위원들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가.
= 아니다. 선출될 때는 해당국 정부의 도움을 받지만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위원은 18명이고 경쟁이 치열하다. 2003년에 처음 위원이 됐으며, 지난 2월에 4년 임기 위원으로 재선됐다. 2009년 2월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

- 한 걸음 떨어져 보면 한국 아동 인권의 현주소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1차 국가보고서에 미비했던 점들이 진전됐다. 물론 진전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인권이 경제지표처럼 수치화하거나 순위를 매길 수는 없지 않나. 점차 나아지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 아동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나.
=우선 장유유서 등 유교적 문화의 뿌리가 깊다.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좋은 철학이나 이것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할 때는 문제가 된다. 아동인권협약의 모든 조항에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정신이 깔려 있는데 기존의 우리 문화와 충돌을 빚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분단체제라는 점도 작용한다.

-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가.
= 우선 아동인권협약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협약에는 정부가 앞장서 어른과 아이들에게 협약의 원칙과 내용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아동들과 직접 맞부닥치는 교사, 경찰, 판·검사, 의료인들을 상대로 한 인권 교육도 시급하다. 협약의 기본정신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지켜주는 것이다. 지켜주려면 아동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이들이 의견을 피력할 만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학교나 가정에서 이들과 소통할 공간이 있는지, 의견이 존중받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그것이 현재 우리 아이들의 인권 수준이다.

- ­우리 정부는 국가보고서를 성실하게 제출했는가. 1, 2차 보고서 이후 아동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을 잘 이행하는가.
=가입 후 2년 안에, 그 이후엔 5년마다 보고서를 제출하게 돼있다. 한국은 1·2차 보고서를 모두 늦게 제출했다. 2003년1월 2차 보고서를 심의했으니 2003년 8월까지 권고안의 이행 정도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 ­아동 인권과 관련한 주무 부처는 어디인가.
= 보건복지부에 아동정책과가 있다. 복지부가 주무부서이다. 하지만 아동 협약의 규정은 광범위하다. 법무부, 문화관광부, 여성부,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 등 대부분의 정부 부처과 연관돼 있다. 위원회가 한국의 2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한 이후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아동정책조정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1차례 모인 뒤 구체적인 활동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렇다면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시늉만 한 것 아닌가.
= 그리고 아동 인권에 관해 독립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기구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역할을 하고 있긴 하나 아동을 대변할 수 있는 상임위원들 중 아동전문가가 없어 아쉽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