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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미국도 일본우파 위험하다 여겨”

등록 2008-08-13 18:23수정 2008-08-13 20:17

일본역사학자 나카쓰카 아키라(79·사진)
일본역사학자 나카쓰카 아키라(79·사진)
4회째 ‘동학답사’ 일본 나카쓰카 사학자
“도 넘은 일 우경화, 세계가 용납 안해”
양국관계 재정립 위한 역사이해 강조

“일본에는 ‘지금 일본은 만주사변 전야의 시대와 닮아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일본의 우경화를 염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들려온다.”

14명의 일본인들이 참가한 ‘동학농민군 전적지 방문여행단’(지난 8일부터 4박5일)을 이끌고 온 저명한 일본역사학자 나카쓰카 아키라(79·사진) 교수는 13일 ‘모심과살림연구소’ 주최로 서울 장충동 한살림교육장에서 열린 ‘현대일본의 역사인식-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강연에서 그렇게 말했다. 일제가 만주를 침략한 1931년은 일본이 패전에 이르는 이른바 ‘15년 전쟁’을 시작한 해다. 따라서 ‘만주사변’ 전야와 닮았다는 것은 호전적인 제국주의 팽창을 갈구하는 분위기가 일본 내에 무르익고 있다는 걱정과 맞닿아 있다. 그는 “하지만 나는 그런 목소리에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21세기 현재 일본이 자기 마음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은 동북아를 비롯해 세계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일본 우파 정치가와 배외주의적 저널리스트들이 요란하게 떠들어대도 그들의 원망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전혀 없다.” 강연 전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나카쓰카 교수는 “예컨대 일본이 독도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한다면 전세계적인 문제가 된다. 외견상 미-일 안보조약이 탄탄한 것 같지만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결의에서 보듯 미국은 일본 우파 지도자들을 항상 위험시하며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따라서 일본 우파가 군사적 우위를 배경으로 무리수를 둘 상황이 못 된다는 얘기다.

동학혁명 전적지 방문 목적은? “일본은 청일전쟁(1894~1895)에서 이겨 조선 식민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을 다졌지만 그 전쟁 중에 조선에선 동학농민군을 주력으로 한 광범한 항일투쟁이 일어났다. 그것은 이후 일본이 아시아 각지에서 마주친 대중적인 항일운동의 효시였다. 그런데 일본 역사교과서는 동학 1차봉기에 대해서는 얼마간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이 최초의 항일운동인 2차봉기에 대해선 전혀 거론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당히 진보적인 일본인들조차 거기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그 결과 일본 근대의 성공은 조선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았다는 사실, 그것을 은폐해온 근대 일본의 ‘역사 위조’, 그리고 한반도의 항일민족투쟁과 동학혁명 이래의 한반도 내 변혁적, 민족적 대중투쟁의 모습과 그 역사적 의미가 (일본인들한테) 전혀 이해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0년에 처음, 그리고 2006년부터 매년 해오고 있는 동학혁명 전적지 방문(박맹수 원광대 교수가 안내) 참여자들은 “동학농민전쟁 진상에 대해 처음 알았다며, 굉장히 큰 공부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나카쓰카 교수는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한-일 관계 재정립을 위한 출발점이 바로 거기다.

나카쓰카 교수는 특히 일본이 조선식민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꾸며낸 중요한 근대사 날조 사실을 1차 사료들을 통해 꼼꼼하게 밝혀냈다. ‘메이지의 영광’에 집착하면서 ‘조선의 민족적인 자주성·자립성을 단 한 구석도 인정하지 않고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해온’ 일본 주류 시각은 패전 뒤 교정의 기회를 맞았으나, 미국의 냉전정책 강화와 전범 등 일본 보수지배층의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와타나베 도시오 다쿠쇼쿠대 총장이 쓴 <신탈아론>(문예춘추 펴냄)를 보여주면서 식민지배와 아시아 침략을 전면 긍정하고 남북한 통일을 바라지 않는 ‘메이지 영광’ 사관의 전형이라며, 집권 자민당은 물론 제1야당인 민주당 내에도 그런 시각의 소유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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