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발 사건” … 남쪽 배 돌려보내
동해 장전항 앞바다에서 북쪽 어선과 충돌한 남쪽 모래운반선이 사고 하루 뒤인 13일 오후 북쪽 장전항을 출항해 남쪽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통일부가 이날 밝혔다.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망 사건으로 남북이 한 달 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신속하게 수습됨에 따라 남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북쪽 육해운성 관계자가 ‘남쪽 모래운반선이 오후 3시 장전항을 출항했다’고 남북 해사당국간 전화 통화에서 알려왔다”고 말했다. 모래운반선은 14일 애초 목적지인 거제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이와 관련해 “대남 통지문에서 ‘남측 모래운반선 선장이 피곤해하는 선원들을 재우고 혼자서 배를 몰다가 앞에 있는 우리(북)측 어선을 가려보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고 사고조사 결과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불상사가 깊은밤에 발생한 우발적인 사고라는 점을 고려해 남측 모래운반선과 선원들을 돌려보내는 동포애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북쪽의 이런 조처는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김 대변인은 “남북 선박 충돌 사고가 아주 신속하고 원만하게 잘 해결됐다. 특히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조처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쪽 해운당국이 남쪽 당국에 사고 발생 사실을 확인하고 북쪽 군사당국이 남쪽 모래운반선의 귀환 방침을 통보하는 등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이뤄져 주목된다. 지난 4월 이후 북쪽 당국은 옥수수 5만t 대북 지원 협의와 금강산 관광객 사망과 관련한 남쪽 당국의 접촉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후 수습 과정을 지난 4월 이후 끊긴 남북 당국 간 접촉을 본격 재개할 기회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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