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도 없지 않았다. 촛불 시민이 자책과 절망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석준 팀장은 “정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소통 능력이 강한 촛불 시민 사이에서 냉소와 허무의 요소가 오히려 쉽게 확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좌담자들의 우려는 단순히 촛불의 실패에 있지 않았다. 촛불 시민이 이명박 정부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패착에서 비롯한 ‘국가의 실패’가 국민 전체에 더 큰 좌절감을 안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일본처럼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은 ‘세계화’로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의 통치 위기가 세계화의 외적 변수와 결합하면 나라 전체가 심각한 위기로 나아갈 것이다.” 김호기 교수가 언급한 ‘세계화의 외적 변수’란 제2의 외환위기와 같은 국가적 대란을 말한다.
장석준 팀장은 이명박 정부의 패착으로 한국 사회가 누란의 위기에 부딪칠 때, 시민 사회 전체가 깊은 체념 상태에 빠져들 것을 걱정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헛발질’을 그저 기다리지 말고, 대안을 추구하는 정당과 사회세력이 적극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장 팀장은 말했다. ‘얼마나 잘 되나 두고 보자’의 자세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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