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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추곡수매 폐지뒤 첫 영농철 맞은 농촌

등록 2005-04-29 18:02수정 2005-04-29 18:02

29일 오후 전남 나주시 남평면 들판에서 박일수(67·왼쪽)씨 부부가 고추 모종을 심고 있다. 박씨는 올해부터 정부 추곡 수매가 폐지되자 아예 쌀 농사를 포기하고 20마지기 논을 내놓았다. 나주/정대하 기자
29일 오후 전남 나주시 남평면 들판에서 박일수(67·왼쪽)씨 부부가 고추 모종을 심고 있다. 박씨는 올해부터 정부 추곡 수매가 폐지되자 아예 쌀 농사를 포기하고 20마지기 논을 내놓았다. 나주/정대하 기자
“농사 종잣돈 어디서 꾸나” 한숨만

“돈을 미리 땡겨 쓸 수가 없으니까, 빚을 냈제 ….”

전남 나주시 남평읍 송아무개(70)씨는 최근 농협에서 500만원의 빚을 냈다. 지난해 이맘때엔 농협에서 정부 추곡수매 약정량의 60% 이내에서 180만원을 선급금으로 받았다. 가을 수매 때 나락으로 갚았던 이 자금은 영농철에 요긴한 돈줄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정부수매제도가 폐지되면서 ‘선도자금’이 끊겼다. 지난해 전남에는 추곡수매 선급금 1303억원이 지원됐다. 지난해 5월20일부터 6월12일 사이 전국적으로 8590억원의 선도자금이 풀렸다.

올해부터 정부수매제도가 폐지되면서 영농철을 맞은 농민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약정수매대금이 막힌데다 추곡수매까지 끊기자 아예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또 올 9월에 수입 쌀이 시판된다는 소식도 머리를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농협 선급금 끊겨 “사채라도 쓸 판”
정부 비축량 발표 늦어져 더 답답
“생산비 못건지는 농사 지어봐야…”

전남 해남에서 2만평의 농사를 짓는 진아무개(53)씨는 “지난해 이맘때 40㎏짜리 260가마를 수매하기로 하고, 선급금으로 900여만원을 미리 받아 유용하게 썼다”며 “올해는 농협에서 영농자금을 빌리기도 힘들어 사채를 써야 할 판”이라고 한숨 쉬었다.

충북 청원군 오창면 농가에서는 요즘 난데없는 ‘취업 바람’이 불고 있다. 여느때면 못자리를 만들 때지만 젊은 농민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공장 경비, 공장, 공사판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오창면 괴정리 김영우(40)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700만원을 꺼내 썼지만 얼마나 돈이 더 들어갈지 모르겠다”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밥맛이 좋기로 유명한 경기도 평택지역 팽성읍 농민들은 비료값 10~15% 인상에 주한 미군기지가 들어서면 280만평의 농지가 없어지게 돼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또 올 6월께로 예정된 농림부의 쌀 공공비축 물량 발표를 앞두고도 농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농민들은 80㎏ 1가마당 약 17만원을 유지해주는 공공비축제가 시행되더라도, 시가가 이 기준가를 밑돌 경우 소득이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가마니당 약 17만원을 유지해 준다고는 하지만, 시가가 이에 밑돌 경우는 차액의 전액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85~100% 정도만 보전해줘, 아무래도 소득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한창 볍씨를 담글 때인데 공공비축 물량이 확정되지 않아 농민들이 올해 농사 규모를 가늠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 김달수(51)씨는 농업기반공사에서 3년 전부터 임대해오던 논 5천평과 이웃 논 1만9천평 등 2만4천평을 모두 돌려주고 올해는 자신 소유인 논 3천평에만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김씨는 “정부가 공공비축제를 시행하더라도 유통과정을 감안하면 생산비도 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논콩을 심어볼까 생각도 해봤으나, 수맷값이 ㎏당 4770원에서 4204원으로 떨어져 이마저 포기했다. 전국적으로 논에 콩을 심어 수매한 면적이 5376㏊에 그쳐 농민들의 요구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평택농민회 이상규(35) 사무국장은 “농민들이 영농철임에도 추곡수매제 폐지에 따른 불안감 등으로 농사를 지을 생각을 않는다”며 “시가에 사서 시가에 판다는 공공비축제는 정부가 방앗간 노릇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전남의 한 농협 관계자는 “이맘때쯤이면 쌀 공공비축 물량이 확정되고 선급금 지원비율을 공공비축 수매량의 80%까지 늘린다는 등의 지원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농민들의 어려움을 보고해도 농림부는 항상 한발 늦게 대책을 내놓는다”고 꼬집었다. 광주 평택 청원 영주/정대하 김기성 박영률 오윤주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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