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밀문서, 경위 설명없이 “탈영자”처리
한국군 실종자는 모두 탈영자?
베트남전 실종 군인에 대한 정부와 군의 태도는 당시 정부의 비밀문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월남전 포로 및 실종자 송환>에 담긴 1973년 3월27일 국무회의 자료는 “주월 한국군 실종자는 전투 중에 발생한 행방불명자가 아니고 모두 자의에 의한 탈영자로서 일부는 북한에서 방송한 사실이 있고, 나머지는 ‘범법 도주자’이므로 주월 사령부는 이들을 포로로 간주하지 않고…”라고 쓰고 있다. 베트남전쟁 중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실종자 문제에 한국 정부가 소홀히 대처하는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방부가 밝힌 실종자 6명 가운데 당시 건설지원단의 안학수 하사와 맹호부대의 박성열 병장은 실종된 뒤 북한 방송에 나와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태권도단의 김인식 대위와 주월사령부 법무부의 정준택 하사, 청룡부대의 안상이 상병, 이용선 병장 등 4명은 생사를 모른다.
당시의 비밀문서에도 이들의 실종 경위는 ‘무단 이탈’ ‘경계근무중 이탈’ ‘외출중 실종’ ‘도망’ 등이라고 쓰여있을 뿐 구체적인 상황은 없다. 이들이 실제로 스스로 ‘탈영’했는지 아니면 적대 세력에게 붙잡혀갔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의 방송에 나온 이들도 포로로 잡혀가 북한에 강제로 끌려갔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월남전…> 문서는 또 김흥삼, 김수근, 김성모, 이창훈, 이기영, 민경윤, 신창화씨 등 민간인들이 실종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68년 1월 포로로 잡혀 캄보디아의 형무소에 갇혀 있다가 풀려난 박정환씨는 2000년 “당시 북한이 뿌린 전단에서 사진으로 본 사람들도 있고, 캄보디아에서 취조를 받으며 ‘한국군 대위를 북한으로 보낸 적이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북한에 실종 군인이나 민간인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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