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들어도 계속 공부에 관심이 가더라고. 나이 들어서 자꾸 잊어버리는 게 힘들지만 공부가 너무 즐거워.”
늦깎이 주부 학생들을 위한 서울 마포구 양원학교에 2002년 입학한 신평림(74·사진)씨가 이달 초 치러진 고졸 검정고시에서 서울 지역 응시자 7천여명 가운데 최고령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전국 2만3천여명이 응시한 고졸 검정고시의 최종 결과는 다음달 초 집계되지만 신씨 나이라면 전국 최고령 합격도 ‘따놓은 당상’이라는 게 서울교육청 관계자의 전언이다.
1931년 전남 영암에서 4남2녀 가운데 셋째로 태어난 신씨는 하마터면 초등학교 문턱도 넘지 못할 뻔했다. 신씨의 아버지는 “딸은 시집가면 그만”이라며 초등학교 입학을 막았다. 하지만 신씨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나는 지게꾼 사위보다는 책상에 앉은 사위를 맞이하고 싶다”며 당차게 설득해 영암군 신북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신씨는 1945년 광복 직전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나 어려운 살림에 배움을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1950년 결혼해 1남6녀를 키우면서 배움의 길은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늘 영어가 배우고 싶었다. 2002년 한 영어학원의 전단지를 보고 더는 배움을 늦춰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나이에 상관없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양원학교를 찾았다. 그는 하루에 서너시간만 자면서 고입 검정고시를 합격했고 2년 만에 다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신씨는 “영어가 재미있긴 하지만 전공으로 하기는 벅찰 것 같다. 대학에 입학해 한문을 공부해서 노인복지관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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