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광우병으로 지난해 말 숨진 24살의 영국 청년 앤드루 블랙과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 로드가 지난해 여름 바다여행 중 찍은 사진(위쪽)과 이후 병세가 악화돼 자리에 누운 앤드루의 모습. 크리스틴 로드 블로그에서
영국 광우병 희생자 취재…연출PD “결방돼서는 안돼”
“검찰 자극할라”
“검찰 자극할라”
<문화방송>이 인간광우병(vCJD)으로 아들을 잃은 영국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엠비시 스페셜’ 잃어버린 나의 아이(가제) 편을 “검찰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을 무기 연기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 전문가들은 문화방송 쪽의 지나친 수세적 태도가 정권의 강공 드라이브를 정당화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화방송 시사교양국은 지난 25일 시사교양국 소속 팀장들과 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이 프로그램 시사회를 열어 방송의 무기 연기를 결정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피디는 “주제가 광우병이어서 정권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해 방송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월 제작 준비에 들어가 6월에는 영국 현지취재를 끝내고 7월18일 방송이 예정됐으나 ‘피디수첩’ 광우병 편 논란이 확산되자 8월 말로 한 차례 방송을 연기한 바 있다. ‘잃어버린 나의 아이’는 방송 피디를 꿈꾸는 24살 아들을 지난해 말 인간광우병으로 잃은 영국 어머니가 광우병 관련 진실 찾기에 나서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 연출자인 장형원 피디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문제없지만 새롭게 광우병 이슈를 제기해 검찰을 자극하면 피디수첩 수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석 달간 공들인 프로그램이 민감한 주제라는 이유로 불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프로그램의 중심인물로 장 피디가 영국에서 직접 취재한 광우병 희생자의 어머니 크리스틴 로드는 지난 26일 그의 블로그(www.justice4andy.com)를 통해 장 피디가 보낸 전자우편 내용을 소개하며 방송이 두 차례 연기된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명했다. 장 피디는 로드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프로그램이 또다시 연기돼 좌절감에 빠졌고 다큐팀에서 다른 팀으로 옮겨진다는 말도 들었다”며 “프로그램이 꼭 방송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로드는 블로그에서 “한국 언론인들은 광우병 말만 꺼내도 감옥행을 두려워해야 할 만큼 엄혹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한국 정부가 내 블로그를 링크한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엠비시는 광우병 관련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 것이 정권 탄압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런 수세적 태도는 모든 책임을 피디수첩에 뒤집어씌우는 정권의 논리를 수용하는 결과를 빚는다”고 지적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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