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는 밀월강화, 북한과는 …?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현대아산이 조건식 전 통일부 차관을 새 사장으로 임명함에 따라, ‘금강산 해법’과 관련한 조 신임 사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현대아산과 통일부 안팎에서는 현대아산의 조 전 차관 영입에 대해 “교착상태에 빠진 대북사업을 정면돌파하겠다는 현정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28일 현대아산 이사회에서 사임한 윤만준 전 사장의 후임으로 선임된 조 신임 사장이, 통일부에서 남북관계를 오래동안 다룬 고위관료 출신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인 만큼, 현 정부와의 교감이 원활할 것이라는 점을 높이 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만준 전 사장은 금강산 사건 대책 마련 과정에서 정부와의 관계가 썩 원만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은 정부가 지난달 19일 금강산·개성관광 사업점검평가단을 만들어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 압박에 나서자, 윤 전 사장 거취를 심각하게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조 사장이 당장 남북 대치국면에서 똑 부러진 금강산 해법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조 사장은 금강산 해법과 관련해 “남북이 양보하고 타협하면 타협안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시기가 남북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갈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기업경영의 경험이 전혀 없는 조 사장의 선임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도 많다. 과연 행정관료로서의 경험 뿐인 조 사장이 기업경영에서도 수완을 발휘해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조 사장 자신도 취임 뒤 기자들에게 “기업 경험이 없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말했다.
사장 교체에 대한 북쪽의 반응도 변수다. 과거 김윤규 전 부회장의 교체를 둘러싸고 현대아산은 북쪽과 불화를 겪은 바 있다. 더욱이 북쪽이 조 사장의 관료경력과 보수성향 등을 문제삼아, 그를 단순한 현대아산 사장이 아닌 이명박 정부의 대리인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나마 이어지던 현대아산과 북쪽의 채널마저 경색될 우려가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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