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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흰머리 봉사단 ‘아름다운 동행’

등록 2008-08-31 20:24

노인으로 구성돼 독거노인들을 돕고 있는 동행봉사단 회원들이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성산1동에 홀로 살고 있는 이아무개씨의 반지하방을 찾아 밑반찬을 전달한 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성산1동 주민센터 제공
노인으로 구성돼 독거노인들을 돕고 있는 동행봉사단 회원들이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성산1동에 홀로 살고 있는 이아무개씨의 반지하방을 찾아 밑반찬을 전달한 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성산1동 주민센터 제공
홀몸노인 병원 왕래 거들고 말벗까지
“친구같이 편해”…‘소주 한잔’ 봉사도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성산1동의 한 골목길. ‘동행봉사단’이라고 적힌 보라색 조끼를 걸쳐입은 이영자(69)씨와 홍재용(74)씨가 골목길을 20여분을 돌아 도착한 곳은 한 연립주택의 반지하방이었다. 이곳엔 이아무개(80·여)씨가 혼자 산다.

“오늘은 가지나물이 맛나네.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껴먹어야 것어.” “아니 언니, 금새 쉬니께 얼렁 잡숫쇼.”

인근의 한 외식업체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밑반찬을 대신 전달한 것 뿐이지만, 노인 셋은 반찬 품평을 30분이나 했다. 이어 독거노인 이씨가 집 나가 몇년째 연락이 안되는 아들 걱정, 이민간 딸 걱정을 늘어놓으며 한숨을 내쉰다.독거노인 이씨는 허리가 불편해 병원 동행봉사도 신청했는데, 이들은 이씨를 데리고 병원에도 다닌다. 도움을 받는 이씨는 “젊은 사람들도 좋은디, 진득헌 맛이 좀 없어서 …, (이 사람들은) 친구같이 편하다”고 했다.

이씨의 집을 나서던 홍재용씨는 다음 집으로 향하면서 “내 봉사는 소주 한 잔”이라고 말문을 연다. 홍씨가 방문하는 독거노인은 소주 한 잔 같이 할 친구를 구했고, 2주일에 한 차례 소주를 나누던 둘은 어느새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이처럼 노인들이 모여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봉사에 나선 것은 지난 5월부터다. 주민센터 아르바이트로 동네 청소를 하다가 만난 60대 이상 노인 8명이 ‘우리 동네 독거노인을 직접 도와보자’는 뜻을 모았다. 자신들도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나이 든 이들의 고충은 나이 든 사람들이 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시작된 ‘맞춤형’ 봉사는 거동이 불편한 5명을 상대로 시작됐고, 지금은 자원봉사자가 13명으로 늘었다. 회원 한사람당 최소 2주에 한 번 꼴로 독거노인 집을 방문하고, 부정기적인 병원 동행까지 합하면 1주에 1번 정도는 봉사활동을 한다. 주민센터에서는 독거노인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말벗, 병원 동행 등을 신청받아 이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동행봉사단 운영을 돕고 있는 성산1동 주민센터 전미숙씨는 “맞춤형 봉사라 그런지 사회복지사나 젊은 사람들한테는 부탁하기 쉽지 않은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독거노인들 가운데 남자는 소주 한 잔 같이 할 사람을, 여자분들은 생일상을 같이 차려먹을 사람을 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씨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자원봉사인데도, 노년에 사회에 참여한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봉사자들이 더 적극적”이라며 “서로 속아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며 돕는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어영 기자, 송지혜 인턴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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