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된 집회 해산뒤 끌어가
지난 30일 저녁 6시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복합상가인 쥬디스태화 앞에서 80여명의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 반대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 가운데 30여명은 서면 일대 인도를 돌며 피켓시위를 벌인 뒤 밤 9시께 다시 쥬디스태화 앞에서 해산했다.
이들 가운데 아고라 회원 7~8명이 뒤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데, 부산진경찰서 소속 정아무개 경장이 다가와 해산을 종용했다. 아고라 회원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려는데 상관하지 말라”고 말하자 경찰관은 휴대전화를 들이대고 이들을 촬영하려 했다. 화가 난 박아무개(38·의사)씨가 “집회가 끝났는데, 왜 불법 채증을 하느냐”고 따지면서 경찰관과 가벼운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가 길바닥에 떨어지자 정 경장은 “공무집행방해”라고 주장하며, 박씨의 허리띠를 잡았고, 옆에 있던 다른 경찰관도 박씨의 체포를 거들었다. 일행과 시민들이 항의하자, 경찰관들은 “공무집행을 방해하면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박씨는 경찰관들에게 끌려가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낮 12시께 15시간 만에 풀려났다.
그러나 경찰은 박씨를 순순히 풀어주지 않고, “집회는 신고된 것이지만 야간 집회와 인도를 행진한 것은 불법”이라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와 함께 있던 일행들은 아무도 연행되거나 입건되지 않았다. 박씨는 “집시법 위반이라면 왜 나만 연행했겠느냐”며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하기 어려우니 집시법을 들이댔지만, 사실은 괘씸죄로 입건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부산진경찰서 김윤식 지능범죄수사팀장은 “경찰관이 다치거나 휴대전화가 고장난 것이 아니어서 공무집행 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경찰관이 연행 당시 공무집행 방해라고 말했다면 법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집회가 끝나서 굳이 박씨를 연행할 생각은 없었으나, 경찰관에게 대들어서 연행했다”고 덧붙였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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