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소액이어서 부장 직책으로 실권 결정” 주장에 일침
이건희 전회장 항소심 공판
경영권 불법 승계로 계열사에 2500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등)로 기소된 이건희(66) 전 삼성그룹 회장의 항소심 세번째 공판이 3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서기석) 심리로 열려, 최아무개 전 삼성물산 자금담당부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삼성물산은 삼성에버랜드가 1999년 10월 전환사채를 발행할 당시 에버랜드 주식의 5.2%를 보유했고, 최 전 부장은 당시 에버랜드로부터 전환사채 배정기준일 통지서와 청약안내서를 결재하고 실권을 지시했다는 이다.
특검은 최 전 부장이 결재 이전에 삼성그룹 비서실의 지시를 받고 실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 전 부장은 “당시 회사 영업과 관련 없는 부분의 출자는 줄이자는 회사 방침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기석 부장판사는 “실권에 의해 삼성물산의 에버랜드 지분이 5.2%에서 1.8%로 크게 줄었는데, 그걸 부장 직책으로 단독 결정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따져 물었다. 최 전 부장이 “회사 방침이었다”고 반복하자 서 부장판사는 “회사 방침이 그렇다고 사장 결재 없이 단독으로 실권 결정을 할 수 있느냐? 미리 비서실의 지시가 있었거나 사장의 결재를 받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 전 부장이 다시 “소액이었고, 당시 지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이었으며 내가 지분관리자도 아니었다”고 말하자 서 부장판사는 “5.2%에서 1.8%로 줄어든 게 어떻게 소액일 수 있느냐? 지주회사가 지분 관리가 최우선이어야지 않느냐?”며 “지분관리자도 아닌 증인이 왜 실권 결정을 하느냐?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 쪽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당시 에버랜드 주식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고, 보유할 만한 가치가 적어 실권했을 뿐”이라며 비서실의 지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