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미세먼지 줄이기 2012년으로 연기
“출·퇴근 때 지하철역만 지나가도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항상 숨을 아끼며 지나야 하는 노력을 이젠 그만했으면 ….”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 올린 김아무개씨의 이런 호소는 건강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 그러나 하루 650만명에 이르는 전국 지하철 이용객들이 지하역사 안에서 안전하게 숨쉴 수 있으려면 적어도 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환경부는 최근 기획재정부, 노동부 등과 협의해 2012년까지 지하철 미세먼지 평균 오염도를 20% 낮추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은 5일 청와대에서 발표된 생활공감정책 세부 과제에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지하역사의 공기가 다른 다중이용시설의 두 배인 평균 100㎍/㎥의 미세먼지에 오염돼 있고, 일부에서는 발암물질인 석면먼지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조기에 개선하는 것”을 추진 배경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조기 개선’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이 대책은 지난해 7월 발표한 ‘공기질 개선 대책’을 일부 보완한 대신, 목표년도를 2010년에서 2012년으로 2년 더 뒤로 미룬 것이다. 이처럼 지하철 공기질 개선을 미루는 것은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과도 거꾸로 가는 것이다. 지하철 이용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결국 도로에서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인 승용차를 몰아내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새 대책의 특징으로 투자 규모 확대와 처음으로 국비가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업비 증액분 2769억원 가운데 900억원은 서울지하철이 공기질 개선과는 별도로 진행하는 냉방공사 사업비를 포함시킨 것이며, 국비 지원도 2012년까지 전체 사업비의 4%도 채 안되는 638억원을 투자하는 데 불과하다. 사업비의 96%는 여전히 지자체와 지하철공사에 맡겨져,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구실로 사업 추진을 늦춰 온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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