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논술형 본고사’내신 실질비중 5%로
교육부 제재수단 검토
2008 학년도부터 논술형 본고사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서울대의 방침은 내신 강화를 뼈대로 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새 대학입시 개혁안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런 서울대의 방침은 본고사 대비 사교육을 조장하고 특수목적고와 강남 일부 지역 고교의 ‘입시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줌으로써, 새 대입안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9등급으로 표기되는 수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논술 비중을 늘려 내신 40%, 수능 40%, 논술 및 면접 20%이던 현행의 반영비율을 내신 40%, 논술 및 면접 60% 수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내신의 실질적인 반영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현행 내신 실질 반영률은 5% 정도다. ◇ “정책수단 동원 신중히 검토”=교육부는 일단 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는 논술형이 아닌 국·영·수 위주로 단순지식을 묻는 시험이기 때문에 서울대가 마련 중인 본고사 유형이 나와 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로 변질되는 것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교육부는 1일 공식적인 태도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대의 안이 “옛 본고사 방식의 단순 지식을 묻는 시험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양한 독서를 했는지, 창의적이고 학업 잠재력은 있는지를 측정하는 새 유형의 논술로 옛 본고사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대 쪽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모집 단위별로 세 영역 정도의 논술을 택할 경우 수리와 언어, 영어가 축이 될 게 확실하다. 또 평가의 틀 역시 교과지식에 대한 이해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상위권 대학들의 논술 경향이 일반 논술에서 교과지식을 활용한 학업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학업적성 논술이나 언어·수리 논술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깊게 한다. 교육부는 내신 비중을 늘리지 않겠다는 서울대 방침에 대해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새 입시안의 기본 취지에 부응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교육부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과 그 결과가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될 필요가 있으므로 학생부 성적을 대학들이 적극 반영하여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대에 기대하는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자세”라며 “내신을 늘릴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제재 등 정책적 수단의 동원이 가능한지 신중히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내신 중심으로 뽑는 수시의 지역균형 선발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 정책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특목고 강남 절대 유리”=서울대 방침을 가장 반기는 쪽은 외국어고 등 특목고나 강남 일부 지역 고교들이다.
김아무개 명덕외고 교사는 “특목고 아이들은 더 깊게 배우는데다, 상위권의 균질한 집단이 모여 논술 대비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며 “서울대에 더 많은 학생들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목고 학생들이 수능보다 논술에서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수능이 논술로 대체될 경우 특목고 학생들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아무개 강북 ㅅ고 교사도 “강남이나 특목고 학생들은 입시 대비 투자를 어려서부터 해 왔기 때문에 시험을 보는 쪽이라면 강북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서울대 방침은 내신이 처지는 특목고와 강남 학생들에게 입학 기회를 주어서 시험점수가 좋은 아이들을 싹쓸이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서울대는 지역균형 선발 비율을 대폭 늘리고 정시 역시 내신의 실질반영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만중 전교조 대변인은 “본고사 도입은 새 대입안 마련 때 이미 예상했던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대학과 고교, 교육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교 교육과정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대학의 선발권도 보장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전형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교육부 제재수단 검토
2008 학년도부터 논술형 본고사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서울대의 방침은 내신 강화를 뼈대로 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새 대학입시 개혁안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런 서울대의 방침은 본고사 대비 사교육을 조장하고 특수목적고와 강남 일부 지역 고교의 ‘입시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줌으로써, 새 대입안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9등급으로 표기되는 수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논술 비중을 늘려 내신 40%, 수능 40%, 논술 및 면접 20%이던 현행의 반영비율을 내신 40%, 논술 및 면접 60% 수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내신의 실질적인 반영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현행 내신 실질 반영률은 5% 정도다. ◇ “정책수단 동원 신중히 검토”=교육부는 일단 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는 논술형이 아닌 국·영·수 위주로 단순지식을 묻는 시험이기 때문에 서울대가 마련 중인 본고사 유형이 나와 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로 변질되는 것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교육부는 1일 공식적인 태도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대의 안이 “옛 본고사 방식의 단순 지식을 묻는 시험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양한 독서를 했는지, 창의적이고 학업 잠재력은 있는지를 측정하는 새 유형의 논술로 옛 본고사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대 쪽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모집 단위별로 세 영역 정도의 논술을 택할 경우 수리와 언어, 영어가 축이 될 게 확실하다. 또 평가의 틀 역시 교과지식에 대한 이해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상위권 대학들의 논술 경향이 일반 논술에서 교과지식을 활용한 학업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학업적성 논술이나 언어·수리 논술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깊게 한다. 교육부는 내신 비중을 늘리지 않겠다는 서울대 방침에 대해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새 입시안의 기본 취지에 부응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교육부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과 그 결과가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될 필요가 있으므로 학생부 성적을 대학들이 적극 반영하여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대에 기대하는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자세”라며 “내신을 늘릴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제재 등 정책적 수단의 동원이 가능한지 신중히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내신 중심으로 뽑는 수시의 지역균형 선발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 정책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특목고 강남 절대 유리”=서울대 방침을 가장 반기는 쪽은 외국어고 등 특목고나 강남 일부 지역 고교들이다.
김아무개 명덕외고 교사는 “특목고 아이들은 더 깊게 배우는데다, 상위권의 균질한 집단이 모여 논술 대비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며 “서울대에 더 많은 학생들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목고 학생들이 수능보다 논술에서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수능이 논술로 대체될 경우 특목고 학생들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아무개 강북 ㅅ고 교사도 “강남이나 특목고 학생들은 입시 대비 투자를 어려서부터 해 왔기 때문에 시험을 보는 쪽이라면 강북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서울대 방침은 내신이 처지는 특목고와 강남 학생들에게 입학 기회를 주어서 시험점수가 좋은 아이들을 싹쓸이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서울대는 지역균형 선발 비율을 대폭 늘리고 정시 역시 내신의 실질반영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만중 전교조 대변인은 “본고사 도입은 새 대입안 마련 때 이미 예상했던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대학과 고교, 교육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교 교육과정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대학의 선발권도 보장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전형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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