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쪽 “주가조작 빈번 장외가격 못믿어”
이건희 항소심 세번째 공판
이건희(66) 전 삼성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삼성에스디에스(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무렵 주식 장외거래가격이 5만원대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에스디에스 주식 적정가를 9천원대로 보고 배임 혐의에 대해 면소 판결을 내렸는데, 이런 증언이 인정되면 이 전 회장은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에스디에스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하거나 인터넷으로 매매를 주선해 온 전 직원 양아무개씨는 8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서기석) 심리로 열린 이 전 회장의 네번째 공판에 나와 1998년 11월 2만원 안팎이던 주가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무렵 5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고 증언했다. 양씨는 가격 상승 이유에 대한 조준웅 특별검사의 질문에 “회사에 이익이 계속 발생하고, 상장될 가능성이 컸던 상황이라 급격하게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특검이 “특정한 몇몇이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었느냐”며 주가 조작 가능성을 묻자, 양씨는 “불가능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전 회장 쪽의 김승섭 변호사는 ‘장외거래 사이트를 통한 주가조작 등이 빈번하다’는 기사를 제시하며 당시 장외거래가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특검팀은 당시 장외거래가가 주당 5만5천원이던 에스디에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당 7150원에 발행해 이 회사에 1500억여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이 전 회장을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장외거래가를 주당 9095~9740원으로 산정하고, 배임 이득액이 30억2천만~44억1600만원이라는 이유로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이 전 회장은 이득액이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판단되면 공소시효 10년을 적용받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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