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하며 살겠다”
수원지법서 첫 공판 열려
“남한에 온 뒤 북한에 속고 살았다는 것을 알고 북쪽에서 오는 살해 지시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난 것이 죄이며, 이제 7살배기 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신다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평생 참회하며 살겠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원정화(34·여)씨는 지난 9일 이런 내용의 전향서를 수원지법 재판부에 냈다. 첫 공판이 열린 10일 오전 10시20분께 원씨는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수원지법에 도착했다.
수원지법 형사 11부 신용석 부장판사는 원씨의 신분을 확인한 뒤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증거목록을 확인하고 진술서를 읽고 서명했냐”고 물었고, 긴장한 표정의 원씨는 “예”라고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시 신 부장이 “공판에 앞서 전향서를 제출했는데, 본의의 의사에 따른 것이냐”고 묻자 역시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원씨는 검찰이 자신의 간첩 활동에 대한 공소사실을 읽고 증거 목록을 밝히자 한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원씨의 변호를 맡은 이상순 국선 변호인은 재판부에 “증거를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재판 기일을 늦춰달라고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1일 오후 2시30분에 수원지법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이날 국내외 방송사 등 60여명의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일본 <아사히 텔레비전> 등은 법정 안 재판 광경을 촬영하겠다고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질서유지 차원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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