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배임’ 여부 판단 주목
경영권 불법 승계로 계열사에 2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66)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이 구형됐다. 선고공판은 다음달 1일 열린다.
조준웅 특별검사는 10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서기석)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은 이재용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그룹 비서실의 사전 계획과 지시에 의해 이뤄진 불법행위”라며 이 전 회장에게 징역 7년에 벌금 3500억원을 구형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은 각각 징역 5년, 현명관 전 비서실장과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이사, 김홍기 전 삼성에스디에스 대표이사 등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징역 3년씩이 구형됐다.
항소심에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은 “제3자 배정방식”이라는 특검의 주장과 “주주 배정방식 아래 절차가 진행돼 배임이 아니다”는 이 전 회장 쪽 주장이 대립했다. 특검은 1심에서 제3자 배정방식의 발행임이 인정된 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에 대해서는 “1999년 당시 에스디에스 주식 장외 거래가가 주당 5만5천원이었는데도 발행가격을 현저히 낮게 책정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공소시효가 10년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에스디에스 주식 적정가를 주당 9095~9740원으로 산정하고, 배임 이득액이 50억원이 안 된다는 이유로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며 면소 판결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득액이 50억원이 넘는다고 보면 이 전 회장은 이 부분에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1심에서 탈세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이 전 회장은 에버랜드와 에스디에스 사건 중 하나라도 유죄가 인정되면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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