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업체가 회원 감시를 소홀히 해 게임장에서 사고난 자기앞수표가 사용되는 것을 미연에 적발하지 못했다면 수표발행 은행으로부터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3부(최병덕 부장판사)는 1일 카지노 업체인 강원랜드가 회원이사고난 자기앞수표를 사용해 게임을 한 뒤 다른 수표 등으로 바꿔간 사실을 뒤늦게알고 `사고수표'를 발행한 H은행을 상대로 낸 수표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2003년 10월14일 강원랜드 회원인 이모(증권사 직원)씨는 자신의 회사가 D학교법인으로부터 돌려받기로 한 돈 19억7천만원을 대신 받아 회사로 가져오지 않고 카지노로 향했다.
이씨는 카지노에서 회삿돈 중 1억원짜리 수표 11장을 제시했고 직원들은 금융결제원 전산조회 결과 수표들이 아직 사고처리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믿고 신원확인을않은 채 이씨에게 수표액수만큼의 현금보관증을 발급해줬다.
당시 이씨는 직원에게 `3억짜리 두장, 4억짜리 한 장으로 현금보관증을 나눠달라'는 뜻에서 `334'라고 말했지만 카지노측은 이를 `회원번호'로 오인, 334번 회원의 이름으로 된 1장짜리 현금보관증을 발행, 이씨에게 건넸다.
카지노측은 성(性)마저 다른 고객 앞으로 발행된 현금보관증을 칩으로 교환하려던 이씨를 수상쩍게 생각해 신분을 재확인하려 했지만 "앞서 말한 숫자는 내 고객번호가 아니라 현금보관증을 나눠달라는 뜻이었다"는 이씨의 `궁색한' 해명을 듣고는더이상 의심을 품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게임에서 딴 6천만원까지 합친 금액을 게임장 내 환전창구에서 다른 은행 수표 등으로 바꿔 챙긴 뒤 게임장을 떠났고 이튿날 카지노측은 이씨가 제시한 수표들이 회삿돈을 빼돌린 수표였음을 확인, 사고신고를 하고 발행 은행에 수표금을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게임장에서 회원들이 부정하게 취득한 수표를 현금보관증으로 바꾼 뒤 다른 수표로 교환해 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사고수표 여부만전산조회했을 뿐 고객의 신원과 수표 양도인이 일치하는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씨가 게임장에서 신원을 숨기고 다른 고객의 명의를 도용했다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있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사고난 수표를 돈으로바꿔가도록 방치한 것이므로 발행은행에 수표금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재판부는 "원고는 이씨가 게임장에서 신원을 숨기고 다른 고객의 명의를 도용했다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있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사고난 수표를 돈으로바꿔가도록 방치한 것이므로 발행은행에 수표금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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