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산케이신문>과 한 인터뷰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수 조영남씨. 사진은 지난해 4월 미술작품 전시회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때의 모습.(뉴욕=연합뉴스)
지난 주 가수 조영남(60)씨는 일본 <산케이신문>과 한 인터뷰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조씨는 사정이야 어찌 됐든 경솔한 태도 때문에 졸지에 많은 것을 잃었다. 이번 일의 시비를 가리고 싶어 여러 차례 기사를 썼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조영남이 궁지에 몰리니까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고 있다”라든가, “<산케이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등의 감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조씨가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이란 책을 홍보하기 위해 일본에 갔다는 사실은 이들의 분노에 불을 당겼다.
조씨는 지금 시쳇말로 ‘잠수’를 타고 있다. 스스로 억울하다고 여기지만, 쏟아지는 비난을 당해 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태도는 따지고 싶어하는 눈치다. 조씨는 <산케이>의 기사를 국내에 첫 보도한 <연합뉴스>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을 한때 검토했다.
조씨 쪽의 불만은 <연합뉴스> 도쿄특파원이 <산케이> 보도를 인용하면서 당사자인 조씨한테 전혀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케이>의 잘못된 보도내용이 <연합뉴스>와 포털사이트 등을 거쳐 국내에 유포돼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송고한 기사는 다른 언론이 기사 판단과 작성을 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준다. 뉴스원이 외신일수록, 그리고 민감한 사안일수록 <연합뉴스>의 책임은 커진다. 실제로 이번에 몇몇 언론은 <연합뉴스>의 보도를 그대로 실었다.
이번 보도에서 뉴스에이전시인 통신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산케이신문에 실린 조영남씨의 인터뷰 내용을 빠르게 국내 독자에게 전달해주었으니, 맡은 바 소임을 다한 것인가? 아니면, 인권보호와 사실보도라는 언론의 기본적 요구에 소홀한 것일까?
조씨의 인터뷰를 기획했던 관계자는 이를 “퀵서비스 저널리즘”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외신 기사를 인용 보도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발언 당사자에게 확인을 했어야 했다”며 “(외신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은) 서류를 단순 배달하는 퀵서비스와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보도행태”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통신매체의 성격상 불가피한 보도”
이병로 <연합뉴스> 국제뉴스부장은 “조씨 쪽의 문제제기는 통신매체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오해”라고 말했다. 통신사는 속보가 생명이기 때문에 <산케이>의 보도를 먼저 송고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 조씨 입장을 담은 별도 기사를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특파원이 조씨 쪽과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기사를 늦게 출고할 수 없어 1보를 내보냈지만 ‘조씨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논란을 일으킬 만한 구절은 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통신사(뉴스 에이전시)가 인터넷 환경에서 언론사들과 경쟁을 벌이는 한국의 독특한 상황이 ‘조영남씨 발언 파문’을 확산시켰다고 지적한다. “연합의 ‘1보’는 언론사용 기초정보일 뿐…언론이 그대로 옮겨적어 문제”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연합뉴스같은 통신사는 본래 언론사에 정보를 제공해 줘 기사가치 판단을 돕는 역할이 최우선인데 요즘엔 포털을 통해 정보이용자와 직접 만나고 있다”며 “연합의 ‘1보’는 언론사에 제공되는 기초정보일 뿐인데도 이것이 포털사이트에 흘러가고 일부 언론이 보강취재없이 받아써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번 파문이 걷을 수 없이 커진 배경에는 사안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보다 논쟁을 일으켜 정보 이용자의 눈을 끌어보려는 언론의 선정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26일치에서 대부분의 언론이 조씨의 해명성 인터뷰 내용을 크게 실어줬지만 그다지 조명받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미디어팀장은 “언론이 <산케이>의 보도성향을 잘 알면서도 인터뷰 내용을 기정사실화해 조씨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며 “<산케이> 보도를 인용하되 기사의 오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대담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정도의 여지를 남겨놓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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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연합뉴스> 보도 내용 전문이다.
일본 우파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을 펴낸 가수 조영남씨와 회견한 기사를 24일 실었다. 책의 일본어 번역을 계기로 일본을 찾은 조씨는 회견에서 “사물을 보는 관점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며 출간 이유를 밝혔다.
그는 2차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가본 소감에서 “속았다는 생각이었다. 일반 신사와 다르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에서 신사참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 대단한 장소로 세뇌됐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인은 자신의 선조가 아무리 심한 일을 했어도 선조이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참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 반면, 우리는 범죄자로 취급하니까 합사와 참배는 괘씸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하나의 사물을 놓고 지배한 쪽과 당한 쪽은 서로의 입장을 진짜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독도 및 교과서문제와 관련, “냉정히 대처하는 일본을 보면 일본쪽이 한수 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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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로 <연합뉴스> 국제뉴스부장은 “조씨 쪽의 문제제기는 통신매체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오해”라고 말했다. 통신사는 속보가 생명이기 때문에 <산케이>의 보도를 먼저 송고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 조씨 입장을 담은 별도 기사를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특파원이 조씨 쪽과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기사를 늦게 출고할 수 없어 1보를 내보냈지만 ‘조씨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논란을 일으킬 만한 구절은 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통신사(뉴스 에이전시)가 인터넷 환경에서 언론사들과 경쟁을 벌이는 한국의 독특한 상황이 ‘조영남씨 발언 파문’을 확산시켰다고 지적한다. “연합의 ‘1보’는 언론사용 기초정보일 뿐…언론이 그대로 옮겨적어 문제”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연합뉴스같은 통신사는 본래 언론사에 정보를 제공해 줘 기사가치 판단을 돕는 역할이 최우선인데 요즘엔 포털을 통해 정보이용자와 직접 만나고 있다”며 “연합의 ‘1보’는 언론사에 제공되는 기초정보일 뿐인데도 이것이 포털사이트에 흘러가고 일부 언론이 보강취재없이 받아써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번 파문이 걷을 수 없이 커진 배경에는 사안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보다 논쟁을 일으켜 정보 이용자의 눈을 끌어보려는 언론의 선정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26일치에서 대부분의 언론이 조씨의 해명성 인터뷰 내용을 크게 실어줬지만 그다지 조명받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미디어팀장은 “언론이 <산케이>의 보도성향을 잘 알면서도 인터뷰 내용을 기정사실화해 조씨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며 “<산케이> 보도를 인용하되 기사의 오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대담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정도의 여지를 남겨놓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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