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쇠고기협상’ 자체보고서
사전에 대통령 승인 거쳐
일본·대만은 협상 교착상태
사전에 대통령 승인 거쳐
일본·대만은 협상 교착상태
‘쇠고기 협상은 농식품부가 아니라 통상교섭본부의 지휘 속에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마무리되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19일 한·미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협상의 전말과 정부의 거짓 주장을 정리한 ‘자체 보고서’를 발표했다. 쇠고기 국정조사는 지난 7월14일부터 지난 5일까지 54일동안 진행됐지만, 정부·여당의 비협조와 한승수 국무총리의 기관보고 출석여부 등을 놓고 파행을 거듭했고 여야 합의 실패로 결과 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강 의원의 자체 보고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 쇠고기 협상의 주역은 통상교섭본부 올해 4월 협상 타결 전까지 미국과의 큰 틀의 합의는 통상교섭본부가 직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10월 당시 농림부 주도의 기술협상이 결렬되자 통상교섭본부가 11, 12월 미국쪽과 협의해 강화된 사료금지조처의 공포 또는 이행시점에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의 완전준수(쇠고기 완전개방)라는 큰 틀의 합의를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
■ 농식품부의 독자 진행은 거짓, 대통령 승인 거쳐 협상 시작 직전인 지난 4월1일 농식품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화된 사료금지조처의 공포 시점에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수용하는 것을 협상 전략의 하나로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승인했다. 결국 검역당국인 농식품부가 최종 협상을 진행하기는 했으나 사전에 청와대와 내부협의를 거친 뒤 대통령의 승인까지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 과학적 근거 부족해 미국쪽 요구 수용했다는 주장은 거짓 30개월 미만만 수입하고 내장과 사골뼈 등은 수입을 금지하도록 전문가들이 정한 협상 방침에 대해 정부쪽은 줄곧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상 방침을 세운 전문가협의회에 참석했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청문회에서“(정부의 주장에)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며 “전문가들의 협상방침은 과학적 근거하에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 일본·대만 등은 미국과 쇠고기 협상 교착 상태 외교통상부와 주미, 주일, 주대만 한국대사관 사이에 오간 협상 전문을 보면, 일본·대만·중국·홍콩 등은 여전히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최석영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는 미 무역대표부쪽에, 한국민의 거센 저항을 감안해 일본, 대만 등이 한국과 같은 기준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도록 미국이 협상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 내장 끝 2m만 제거하면 안전하다는 주장도 거짓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한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수의과학검역원은 국내 소 21마리의 내장을 검사한 결과 광우병 원인 물질이 모여 있을 가능성인 높은 ‘파이어스패치’(림프 소절)가 소장 끝 4m에 걸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정부는 미국산 내장 전체가 위험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국민들에게는 2m만 잘라내면 안전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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