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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원폭피해자기금 ‘바닥’

등록 2005-05-02 19:26

진료비 지출로 연말되면 24억만 남아
기금설립 15년만에 원금90% 까먹어
정부…‘찔끔’ 지원…특별법제정 움직임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유일한 원폭피해자 복지사업이 기금 부족으로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1991년 국내 원폭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원폭피해자복지기금’이 설립된 지 15년 만이다.

남은 돈은 37억원뿐=대한적십자사의 ‘복지기금 관리현황’을 보면, 4월1일 현재 기금 잔액은 37억여원이다. 올해 추가로 지원될 국고 23억원을 합해도 60억원에 불과하다. 적십자사에 등록된 원폭피해자 2316명에 들어가는 올 한해 예산은 진료비 10억5천만원, 진료보조비 27억9천만원 등 모두 48억원이다. 이미 집행된 12억원 말고 앞으로 36억원이 더 들어가면 기금 잔액이 연말에 24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이 큰 폭으로 증액되지 않는다면 2007년에는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금 고갈 위기는 몇 년 전부터 예견돼온 일이었다. 보건복지부는 2001년 남은 기금이 110억원에 불과해 2005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92년 1억6백만원을 시작으로 96년까지 매년 2억원을 넘지 않았다. 위기가 현실화한 2002년에도 지원금은 9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부터 30억원으로 늘었지만 지출이 10억원 이상 많아 ‘원금’을 까먹는 상황을 막을 수 없는 상태다. 이제까지 기금에 들어간 정부의 지원금은 모두 116억원. 일본 쪽 지원금은 물론이고, 그동안 은행 이자로 거둬들인 181억원에도 한참 못미치는 액수다.

일본은 생색, 한국은 무심=90년 5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위해 두 나라에서 각각 40억엔(당시 환율로 248억원)씩의 지원금을 갹출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91년 17억엔, 93년 23억엔을 냈다. 그러나 한국은 매년 찔끔찔끔 돈을 지원하고 있다. 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과거사 배상문제는 끝났다고 주장해온 일본은 배상이 아닌 ‘인도주의’ 입장을 내세우며 한국정부가 아닌 민간단체인 대한적십자사에 40억엔의 집행을 위탁했다. 이를 기반으로 설립된 기금은 적십자사에 등록된 원폭피해자들에 한해 진료비(보험급여 가운데 본인부담금)와 월 10만원의 진료보조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망했을 때 장제비로 150만원을 지원한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협회에 등록된 2300여명 말고도 사회적 불이익 때문에 피폭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이 1만여명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는 원폭 피해자 2세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60년간 원폭후유증과 빈곤의 악순환에 시달려온 원폭피해자의 절대 다수는 월 10만원이라는 쥐꼬리만한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별법 제정해야=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도 이 사업이 중단되도록 놓아둘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내년에 필요한 예산이 전액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폭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올해가 원폭투하 60년, 해방 60년인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원폭피해 1·2세들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곽귀훈(80) 회장은 “최소한 우리 정부가 일본에서 주는 돈보다는 한푼이라도 더 줘야 우리를 국민으로 대접하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차별적인 피폭자 원호정책과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온 국내 원폭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도 빨라 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은 “일본은 57년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의료법을 시작으로 98년까지 자국의 원폭피해자 35만여명에게 약 25조원을 지원해 왔다”며 “우리 정부도 이들의 생존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6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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