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진술 확보…의혹 짙어져
소환 기정사실화 수사 새 국면 철도공사의 유전사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일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를 수사선상에 올리고 칼날을 겨누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씨는 유전사업을 철도공사에 제안한 허문석(71·한국크루드오일 사장)씨와 고교 동창이고, 허씨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씨의 이름을 들먹이고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과 함께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에 대해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이씨는 그동안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허씨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박양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에게 소개하고, 허씨가 출국하기 직전에도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입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정 장관이나 박 사장 모두 허씨 등이 왕영용 본부장(49·구속)과 함께 추진했던 사업들과 연관된 기관의 고위인사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 이씨는 유전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박양수 사장에게 허씨를 소개했고, 당시 박 사장에게 허씨를 “자원개발 전문가로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허씨가 정 장관을 만나 북한 모래채취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 “단순히 소개만 한 것”이라고 사업 관여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사업 내용을 자세히 알지 않고서는 주선하기 어려운 자리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전대월(43·구속)씨가 “지난해 6월 허씨에게 유전사업을 설명하는 자리에 이씨가 20여분 동안 함께 있었다”고 주장한 것도, 이씨가 본인 주장과 달리 적어도 이 사업의 개요는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또 오래 관료생활을 한 왕영용씨가 단순히 허씨와 이씨의 친분 관계만 믿고 유전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씨가 더욱 더 적극적인 구실을 했을 수 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 소환조사 여부에 대해 일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이씨 소환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어차피 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수사가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씨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이씨 사무실에서 만났다”는 전씨의 진술만으로는 이씨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 얘기가 나오기 힘들다는 점에서, 검찰이 이씨의 개입과 관련된 다른 진술이나 정황들도 확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정동영장관·박양수사장에 허문석씨 소개한 적 있다” 이기명씨 “전씨 내사무실에서 만났단 말은 거짓”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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