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씨(앞줄 오른쪽 네번째) 등 사회 각계 원로와 노동·사회·종교단체 대표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들머리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1만인 선언문’을 발표한 뒤, ‘기륭전자·코스콤·이랜드·고속철도(KTX) 등 장기 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즉각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비정규직 없애자” 1만명 선언…전국서 촛불
노동·인권·종교계 등 각계 인사와 누리꾼 등 1만여명, 200여 노동·사회단체들이 23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선언했다. 이들이 모인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만인 선언 만인 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1만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만인 선언운동’에는 전태일 열사 어머니인 이소선씨,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1만34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노동의 결실을 누리며 미래를 꿈꿀 인간의 권리가 한국 사회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사회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비정규직 제도를 이대로 존속하는 것은 비도덕적이고 반역사적인 일이며, 국민 모두가 ‘일터의 광우병’인 비정규직을 완전히 추방하는 일에 나설 것을 요청하고 결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수천·수백일을 싸우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기륭전자·코스콤·이랜드·고속철도(KTX) 등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 △모든 사업장에서의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비정규악법(파견법·기간제법) 폐기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이주노동자 노동허가제 보장 △원청업체가 간접 고용 노동자의 사용자임을 인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소선씨는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은 잘 사는데 노동자들이 백일, 천일 투쟁해도 안 변하는 현실이 참담해서 만인 선언에 참여했다”고 말했고, 박순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 역사에 대한 책임을 망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은 이날 오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조합원 2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열었다. 저녁 7시부터 청계광장에선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촛불문화제’가 열렸고, 대구·광주·울산·전주 등의 도심에서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만인 선언운동 참가자들은 1인당 5천원씩 모아 이날치 <한겨레> 등에 ‘희망의 촛불,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라는 제목의 전면광고를 냈으며, 남은 돈은 장기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원금으로 건넸다. 황예랑 권오성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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