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의 미국 금융기관 주식·채권 투자 현황
평가손도 420억…기금운용 안정성 확보 시급
국민연금 기금이 리먼브러더스 등 5개 미국 부실 금융회사의 주식·채권을 4500억여원어치를 사들였다가 파는 과정에서 1200억여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또 아직 팔지 않은 주식·채권의 평가 손실도 420억여원에 이르러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는 이날 5차 회의를 열어,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실화한 투자은행 2곳, 보험회사, 주택모기지론 업체 2곳에 대한 주식·채권 투자로 국민연금 기금이 1193억여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추가 손실로 나타날 수 있는 평가 손실도 417억여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이 보유한 국외 주식 가운데 5.5%가 미국의 금융사 주식”이라며 “5곳 말고도 투자한 회사가 조금 더 있지만 이들 5곳을 넘어서는 토자 손실이 나올만한 곳은 없다”고 밝혔다. 국외 투자는 미국 쏠림 현상이 심해서, 기금 운용의 미국 비중은 국외 주식에서 40%, 국외 채권에서 80%에 이르렀다.
기금은 올해 들어 8월까지 주식·채권 투자 등 금융부문 수익률이 -0.99%로, 2조1583억원의 평가손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국내 주식 -20.68%(-7조1673억원), 국내 채권 3.44%(5조3205억원), 국외주식 -16.70%(-1조3139억원), 국외채권 4.76%(8169억원), 대체투자 2.81%(1828억원) 등이었다. 주식 투자에서 8조5천억여원을 까먹었으나, 채권에서 6조1천억여원을 수익을 내 그나마 손실 폭을 줄였다.
취임 뒤 주식 투자 확대 등 공격적인 운용을 거론했던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평가 손실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기금운용위가 정한 틀 안에서 안정성 위주로 가겠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주식은 저점이 가까울 경우 사모으고 국외 주식은 비중을 줄여갈 것”이라며 “국외 주식 투자 비중은 현재 정해진 하한선 이하로 줄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8월 국회에 낸 국민연금개정법의 ‘기금운용체계 개편’ 방안은 가입자 대표의 직접 참여를 배제한 채 민간 전문가에 전면 위탁하고 있어, 기금운용 안정성과 투명성을 더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의 헤지펀드 투자 검토는 없었던 일로 돌아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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