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전국연합회, 여성민우회생협, 한살림 등 소비자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허술한 정부의 수입식품 안전관리 대책을 꼬집는 행위극을 펼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먹을거리 안전도 ‘양극화’
가난한 집 아이일수록 무방비 노출 가능성 커
가난한 집 아이일수록 무방비 노출 가능성 커
‘멜라민 파동’이 중국산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면서 소비자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끼칠 조짐이다. 중국산 식품류는 아예 사지도, 먹지도 않겠다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늘 마시던 커피까지 끊겠다는 이들도 적잖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층에게는 이런 움직임은 먼나라의 일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와 물가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은 중국산 식품류가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 지조차 따질 처지가 아닌 것이다.
멜라민의 위험에 가장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집 아이들이다. ‘멜라민 과자’는 대체로 값이 싸 이들에게는 더 없는 애호식품이다. 이용중 제주동광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주변에서 파는 음식들은 멜라민이 들었을 우려가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중국·동남아에서 온 출처를 알 수 없는 저가 식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멜라민 파동 이후 각 가정마다 나름의 ‘식품 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은 여기서도 비껴갈 가능성이 크다. 부모의 식품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때문이다. 이용중 교사는 “학급에서 전체의 20% 정도 아이들만이 부모들에게 먹거리 교육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산 식품류에 대한 노출은 어른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저소득층은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해도 알고서 먹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토로한다.
29일 정오께 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한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식당은 이른바 ‘고시식당’으로 한 끼가 2천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머니가 얇은 고시생은 물론, 고시원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노동자들도 즐겨 찾는다.
고시생 박창준(25)씨는 “원재료 표시제를 한다고 해서 단속이 들어오지도 않을만큼 작은 규모의 식당에선 단가를 맞추려고 중국산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가난한 고시생 처지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이 주로 찾는 식당들은 대체로 중국산 식재료를 쓰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식품업계의 말이다. 서울 강북구의 한 40여석 규모 김밥집에서 만난 종업원 안아무개(54)씨는 “쌀은 국내산을 써도 콩자반, 마늘, 깨 등에서 중국산을 많이 쓴다. 반찬은 원산지 표기를 안 하고 있긴 한데, 만드는 입장에서도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오갈데 없는 노인 등에게 무료급식을 해 온 복지관들도 뛰는 물가에 중국산 먹을거리 고민까지 겹쳤다. 하루 200~300여의 노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찾는다는 서울의 한 복지관의 장아무개(27) 영양사는 “중국산 재료를 피하고 있지만, 한 끼에 2500원을 맞춰야 하다보니 식단 짜는 데 골머리를 앓는다. 고사리같은 경우 국내산은 중국산 가격의 2~3배”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유경 송경화 김성환 기자 edge@hani.co.kr
정유경 송경화 김성환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