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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개교 100돌 고려대에 거센 ‘이건희 후폭풍’

등록 2005-05-03 17:52수정 2005-05-03 17:52


△ (사진설명) 삼성이 4백억 낸 ‘삼성관’ 고려대 개교 100돌을 기념해 삼성그룹이 400여억원을 기증해 세운 ‘백주년 기념 삼성관’ 전경. 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고려대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을 막으려 했던 학생들은 이와 관련해 “돈으로 학위 주는 대학당국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어윤대 총장 “매우 부끄럽다…회장님과 가족께 머리숙여 사과”
안암교정 대학본부 보직교수들 집단사퇴서…시위학생 징계론도

개교 100돌을 맞아 대형 행사를 잇따라 열며 세를 과시하려던 고려대의 ‘웅대한’ 계획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 박사 학위 수여식 사건으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대학본부 보직교수들이 2일 이 회장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일부 학생들의 방해로 파행을 겪은 책임을 지고 이례적으로 집단 사퇴서를 냈다. 어윤대 총장은 이 회장에게 사과문까지 전달했다. ‘이건희 후폭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 것이다.

안문석 교무부총장과 처장단 9명은 3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학위 수여식에 앞서 벌어진 학생들의 시위에 책임을 진다”며 보직 사퇴서를 냈다. 박기갑 학생처장은 “700여명의 손님이 모인 가운데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나 책임을 느낀다”며 “동문 선배들한테서 질타하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보직교수는 “2일 밤 이 회장이 빠진 채 삼성 임원진 등과 가진 기념 만찬은 참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며 “이후 자정 넘게 회의를 하며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어 총장 “이 회장님 공로 아주 높게 평가…세계가 존경하는 리더로서”

어 총장은 이날 ‘사과의 말씀’을 통해 “이 회장님의 학위 수여식장에서 발생한 불상사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며, 이 회장님과 가족께 깊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려대 구성원 절대다수는 이 회장님의 공로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세계가 존경하는 리더로서 우리 대학에 한 큰 공헌들을 매우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가 납작 엎드려 ‘사죄’를 하는 가운데, 2일 밤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모인 회의에서는 학생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직접적인 폭력이 행사되지 않은 일에 징계를 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온건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학생들 제재 여부 논의가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켓시위 정도면 몰라도”-“그 정도 의사표현도 못하냐” 학생들도 찬반 갈려

학생들 반응도 엇갈린다. 고려대 총학생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학생들의 행위에 대한 찬반 양론이 쇄도해 한때 사이트 접속이 안 될 정도였다. 문과대 4학년 심아무개씨는 “피켓시위만 했으면 좋을텐데, 학생들이 심했다고 본다”며 “삼성이 백주년기념관도 기부했는데, 한쪽 면만 생각하고 행사를 방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문과 4학년 김희중씨는 “학생들이 그 정도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며, 보직교수 사퇴는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2000년 10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특강을 하러 왔다가 학생들의 저지로 돌아갔을 때도 보직교수 사퇴나 학생 징계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과잉 대응’을 하면 긁어 부스럼만 만드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날 성명에서 “이 회장이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물리적 마찰이 빚어진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격인 삼성 쪽은 태연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해프닝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고, 언론에서도 계속 다뤄 파문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회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2일 저녁 행사장을 떠나기 직전 “젊은 사람들이 패기에 넘쳐 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 안에서는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한 고려대를 두고 “한심하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날 행사에 참석했던 고려대 출신 임원들은 “낯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한편, 고려대는 개교 100주년(5월5일)을 맞아 올해 40여 건의 행사를 벌이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려 애쓰고 있다. 4일부터는 97개 외국대학 총장들이 참석하는 ‘세계 총장 포럼’이 열린다. 그러나 한승조 전 명예교수의 “일본 식민지배는 축복” 표현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본영 박순빈 기자 ebon@hani.co.kr

다음은 어윤대 총장의 사과문 전문이다.


■ 사과의 말씀

어제 오후 이건희 삼성회장님의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장에서 발생한 불상사에 대하여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며 고려대학교를 대표하여 충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이 회장님의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축하하기 위하여 참석해주신 내외빈 여러분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건희 회장님과 가족께 깊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더구나 이번 행사가 이 회장님의 거듭된 겸양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굳이 고집하여 성사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더욱 더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비록 극소수에 의한 돌발적 사태이었다지만, 이들의 시위가 학생신분으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선을 넘어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였기에 그들의 스승으로서 또 총장으로서 저의 책임을 통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 대한 대학의 사전준비가 철저하지 못하였고 사건대처도 미숙하였음도 아울러 사과드립니다.

고려대학교 구성원의 절대다수는 평소 이건희 회장님의 한국사회와 경제에 대한 공로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세계가 존경하는 리더이며 또 우리 대학에 대한 큰 공헌들을 매우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번의 명예박사 학위수여를 모두가 진심으로 환영하고 또 축하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지난 수년간 고려대학교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려대학교의 많은 것들이 바뀌어 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어제 절감하였습니다. 앞으로 바른 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이 균형잡힌 시각과 절제된 행동양식을 갖추도록 가르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불상사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2005년 5월 3일
고려대학교 총장 어윤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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