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정권·자본 맞서 재미있게 싸우겠다”

등록 2008-10-02 18:35수정 2008-10-02 19:28

김영희(사진)
김영희(사진)
취임 한달 맞은 김영희 피디연합회장
‘느낌표’ 피디답게 참신한 투쟁방법 고민
“민영미디어렙 도입땐 지역문화 사라질것”
세계1등방송 위해 ‘피디재교육학교’ 추진

“싸우는 것도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어디서나 머리띠 두르고 조끼 입고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 식상하지 않겠습니까? 내용뿐 아니라 전달형식도 방송 오프닝처럼 고민해야죠.”

지난 달 5일 한국피디연합회장에 취임한 ‘쌀집 아저씨’ 김영희(사진) 피디는 엄혹한 시절이지만 “재미있게 싸우겠다”고 했다.

“시국선언 언론인 서명을 받았잖아요. 이름 하나하나 적은 용지를 두루마리로 말아서 그걸 펴는 퍼포먼스를 합니다. 끝이 없이 이어지는 서명띠,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까요?”

피디연합회는 독립피디를 포함해 프로듀서 2800명을 회원으로 둔 거대 직능단체다. 최근 몇달새 언론에 부쩍 자주 오르내렸다. 검찰의 <피디수첩> 수사나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기도에 가장 결연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나를 사지로 몰아넣었을까 했어요.” 그만큼 22대 김 회장의 이력은 이질적이다. 이 단체의 역대 회장은 대부분 시사 프로그램 피디 출신이었다. 예능 피디로는 두번째 회장이다.

김 회장은 1986년 <문화방송>(MBC)에 입사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 <웃으면 복이 와요> <느낌표> <칭찬합시다> 등을 연출했다. ‘양심 냉장고’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를 만들어 ‘공익적 웃음 보따리’로 전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15년 전 개그우먼 이경실씨가 붙여준 ‘쌀집 아저씨’란 애칭만큼 프로그램마다엔 따듯한 인간미가 스며 있다.

“참다운 방송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김 회장은 정치권력과의 싸움은 어렵지 않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자본권력”이라고 했다. 민영미디어렙(광고판매 대행사) 도입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방송 광고율이 60% 떨어집니다. 파산입니다. 지금도 환경이 열악해서 자체 제작을 거의 못합니다.” 방송은 곧 문화여서, 지역방송 고사는 지역문화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방송을 문화가 아닌 산업으로 접근하는 데서 모순투성이 정책이 나옵니다. 콘텐츠를 육성한다며 표현을 억압하고, 한류를 떨치겠다며 기자재, 융합 얘기만 합니다. 통신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파이를 키우겠다는 것은 허상이죠. 방송은 문화적 정신적 가치, 사람에서 나옵니다.”

그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거듭 강조했다. “피디 한 사람의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기적의 도서관’을 방송하자 지방선거고 총선이고 모든 공약에 도서관 건립이 들어있더라는 시민단체 조사도 있었습니다. 기왕에 커진 피디의 독자적 영향력을 구속하려 들지 말고 제작 자율성을 키워주자는 겁니다. 피디들의 안목을 넓혀 방송의 업그레이드, 나아가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 하자는 취지에 각계가 공감하더군요.”

피디 재교육 학교의 당위성을 한 달간 ‘떠들고’ 다닌 덕에 문화부에서도 설립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목표대로 내년 3월 개강하면 “조만간 한국의 방송이 세계 1등이 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화방송 피디협회장도 겸하고 있는 그는 회사 경영진의 ‘피디수첩’ 사과방송 강행으로 빚어진 노사 갈등은 비판 프로그램을 탄압하고 이를 민영화 빌미로 삼으려는 외부의 적들에 대항할 힘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봤다.

“내홍은 곧 수습이 될 겁니다. 퇴진 압력을 받는 임원 2명은 대단한 경고를 받은 셈입니다. 누가 그래요. ‘좋은 방송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좋은 방송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라고요. 사람들이 저한테 바라는 게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뉴진스 하니 패러디했다가 ‘SNL 예능’ 인종차별 뭇매 1.

뉴진스 하니 패러디했다가 ‘SNL 예능’ 인종차별 뭇매

서울 한복판 ‘윤석열 퇴진’ 집회…“불안해서 못 살겠다” 2.

서울 한복판 ‘윤석열 퇴진’ 집회…“불안해서 못 살겠다”

‘한강 노벨상’ 따지러…스웨덴 대사관 몰려간 ‘부끄러운 보수단체’ 3.

‘한강 노벨상’ 따지러…스웨덴 대사관 몰려간 ‘부끄러운 보수단체’

10도 가을 추위에 강풍특보까지…이러다 바로 겨울인가 4.

10도 가을 추위에 강풍특보까지…이러다 바로 겨울인가

“검찰 장례 준비한다…김건희 이중잣대 업보 감당해야” 5.

“검찰 장례 준비한다…김건희 이중잣대 업보 감당해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