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개혁진통 겪는 검찰
의견수렴 안된데다 느슨한 대응
총장도 “불만 가질수 있는 사안”
일부선 집단행동 여론역풍 우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검사가 소속돼 있는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이 전국 평검사회의를 열자고 제안하는 등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마련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검찰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평검사회의는 검찰의 집단행동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검찰 수뇌부도 이런 평검사들의 반발에 대해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전국 평검사회의는 지난 2003년 3월 참여정부 출범 직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서열파괴 인사 등을 이유로 열린 바 있으며, 이를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를 열기도 했다. ◇ 평검사 집단행동 나선 배경=검찰 내부에서는 “기본적으로 ‘검찰 지도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평검사들이 모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평검사들의 모임 자체가 수뇌부에 대한 항의와 질타의 뜻이 있다는 것이다.
평검사들이 검찰총장을 비롯한 지도부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형사소송구조 전체를 뒤흔들 중요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대검이 사안의 진행과정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의견 수렴이 안 됐다”고 평검사들은 입을 모았다. 대검의 느슨한 대응으로 일선 검사들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허탈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제라도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처를 해야 하는데, 검찰이 ‘총력전’을 펼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집단행동의 배경이 됐다. 외부에는 검찰이 밥그릇을 지키려고 개혁에 반발하는 것으로 비치는 점도 평검사들을 자극했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를 이끈 김현채 검사는 “국민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는 우리의 요청을 사개추위가 사실상 거부해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국민들이 원한다면 겸허히 수용한다는 게 우리 입장인만큼 무모한 반발로 몰아가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 수뇌부는 어떻게 대응할까?=대검은 일단 “평검사 회의는 의견수렴 절차인만큼 막을 수 없다”는 태도다. 현장에서 수사를 하는 수사전문가들이 큰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이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검찰로서는 지도부와 평검사들의 입장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김종빈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지도부에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장검사급 중견 간부들 사이에서는 다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게 뻔한데, 괜한 행동으로 상황만 나쁘게 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 부장검사는 “인터넷에서 벌써 ‘검찰이 아직 정신 못차렸다’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며 “단체행동은 약자들의 최종 저항이었을 때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개추위와 협의를 통해 검찰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야지, 지금처럼 단체행동에 나서면 외부에는 기득권의 저항으로만 비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각 지역의 평검사 모임에 여론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전국적인 평검사 모임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청와대 “사개추위서 해결” 청와대는 3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초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 확산되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색을 하고 맞대응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 ‘청와대가 검찰의 힘을 빼려 한다’는 피해의식이 검찰 내부에 집단적 정서로 자리잡고 있으며, 평검사들의 반발도 다분히 청와대를 직접 상대하려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진단한 뒤, “이는 사실과 맞지도 않으며, 그런 구도에 청와대가 휘말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 개혁은 대통령의 관심사항이 아니며,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대해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애초 취지에 맞게 사개추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며,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문제가 불거진 이상 내용을 더욱 공론화해 국민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사법제도 개혁이 국민의 인권과 직결된 사항인데도, 로스쿨 등에만 관심이 쏠린 탓에 형사제도 개혁의 본질이 관심권을 벗어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 실패에 따른 대통령의 토론 주재도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태도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주재 토론회에 대해 “(사개추위의) 보고서가 정식으로 전달되면 내용을 파악하고 각각의 의견을 검토한 이후 판단할 문제”라며 “지금은 방식과 관련해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도 “언젠가 때가 되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할 문제지만, 지금은 시점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우선 사개추위와 관련된 문제를 먼저 매듭지은 뒤, 이후 검·경 수사권 문제를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주재하는 토론회는 6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총장도 “불만 가질수 있는 사안”
일부선 집단행동 여론역풍 우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검사가 소속돼 있는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이 전국 평검사회의를 열자고 제안하는 등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마련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검찰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평검사회의는 검찰의 집단행동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검찰 수뇌부도 이런 평검사들의 반발에 대해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전국 평검사회의는 지난 2003년 3월 참여정부 출범 직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서열파괴 인사 등을 이유로 열린 바 있으며, 이를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를 열기도 했다. ◇ 평검사 집단행동 나선 배경=검찰 내부에서는 “기본적으로 ‘검찰 지도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평검사들이 모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평검사들의 모임 자체가 수뇌부에 대한 항의와 질타의 뜻이 있다는 것이다.
평검사들이 검찰총장을 비롯한 지도부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형사소송구조 전체를 뒤흔들 중요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대검이 사안의 진행과정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의견 수렴이 안 됐다”고 평검사들은 입을 모았다. 대검의 느슨한 대응으로 일선 검사들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허탈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제라도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처를 해야 하는데, 검찰이 ‘총력전’을 펼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집단행동의 배경이 됐다. 외부에는 검찰이 밥그릇을 지키려고 개혁에 반발하는 것으로 비치는 점도 평검사들을 자극했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를 이끈 김현채 검사는 “국민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는 우리의 요청을 사개추위가 사실상 거부해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국민들이 원한다면 겸허히 수용한다는 게 우리 입장인만큼 무모한 반발로 몰아가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 수뇌부는 어떻게 대응할까?=대검은 일단 “평검사 회의는 의견수렴 절차인만큼 막을 수 없다”는 태도다. 현장에서 수사를 하는 수사전문가들이 큰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이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검찰로서는 지도부와 평검사들의 입장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김종빈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지도부에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장검사급 중견 간부들 사이에서는 다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게 뻔한데, 괜한 행동으로 상황만 나쁘게 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 부장검사는 “인터넷에서 벌써 ‘검찰이 아직 정신 못차렸다’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며 “단체행동은 약자들의 최종 저항이었을 때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개추위와 협의를 통해 검찰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야지, 지금처럼 단체행동에 나서면 외부에는 기득권의 저항으로만 비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각 지역의 평검사 모임에 여론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전국적인 평검사 모임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청와대 “사개추위서 해결” 청와대는 3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초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 확산되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색을 하고 맞대응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 ‘청와대가 검찰의 힘을 빼려 한다’는 피해의식이 검찰 내부에 집단적 정서로 자리잡고 있으며, 평검사들의 반발도 다분히 청와대를 직접 상대하려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진단한 뒤, “이는 사실과 맞지도 않으며, 그런 구도에 청와대가 휘말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 개혁은 대통령의 관심사항이 아니며,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대해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애초 취지에 맞게 사개추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며,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문제가 불거진 이상 내용을 더욱 공론화해 국민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사법제도 개혁이 국민의 인권과 직결된 사항인데도, 로스쿨 등에만 관심이 쏠린 탓에 형사제도 개혁의 본질이 관심권을 벗어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 실패에 따른 대통령의 토론 주재도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태도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주재 토론회에 대해 “(사개추위의) 보고서가 정식으로 전달되면 내용을 파악하고 각각의 의견을 검토한 이후 판단할 문제”라며 “지금은 방식과 관련해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도 “언젠가 때가 되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할 문제지만, 지금은 시점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우선 사개추위와 관련된 문제를 먼저 매듭지은 뒤, 이후 검·경 수사권 문제를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주재하는 토론회는 6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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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중조정’ 제3자 없었다
수사권자문위 검·경 추천인들만 참여 합의 어려움…위원선정 재검토 필요 넉달 남짓 수사권 조정문제를 논의해온 검·경 수사권조정 자문위원회(위원장 김일수)가 끝내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활동을 끝냈다. 자문위원회는 2일 오후 3시께부터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어 10시간30분 동안 형사소송법 195·196조 개정 여부를 논의했으나 하나의 조정안을 만들지 못하고, 다섯 가지 조정안을 담은 보고서를 검찰과 경찰에 내기로 결정했다. 경찰 추천위원들은 이 회의에서 경찰을 수사주체로 명문화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죄에 대해 검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방안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하고, 지휘의 대상·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안을 냈다. 검찰 추천위원들은 수사권 조정이 국가 권력구조 재편의 문제라며 ‘수사권 조정에 관한 전문 연구·검증 위원회’ 설치안을 냈고, 검사가 지정하는 민생치안범죄에 대해 검사의 지휘가 없는 경우에 경찰이 수사를 개시·진행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 등을 냈다. 자문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한 것은 검·경이 추천한 인사들로만 위원회가 구성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제3자 없이 당사자가 추천한 이들만으로는 타협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일수 위원장도 마지막 회의 뒤 “자문위는 양쪽에 자문을 하는 역할”이라며 “두 기관을 넘어서 논의하려면 지금과 같은 구성이 아닌 다양한 시민계층이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추천위원들은 검찰 추천위원들이 사실상 조정안을 전혀 내지 않다 마지막 회의에서 조정안을 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찰 추천위원들은 경찰의 요구보다 ‘낮은’ 조정안을 내놓았으나 검찰 추천위원들은 검찰과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경찰과 ‘한번 밀리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검찰의 속내가 타협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회의가 끝난 뒤 김회재 대검 수사정책기획단장과 김학배 경찰청 기획수사심의관은 모두 “아쉽다”며 자신들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대방을 비판했다. 보고서를 받은 뒤 두 기관이 논의할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합의안을 내놓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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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검사회의는
2003년 “자체개혁” 발족…서울중앙지검에만 준칙
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평검사회의는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의 운영준칙’에 따른 것이다. 다른 검찰청은 이런 준칙을 두고 있지 않다.
회의는 철저하게 자유토론으로 진행되며, 주요 결정은 표결로 한다. 이날 발표된 결의문과 전국평검사회의 개최 제안도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평검사회는 밝혔다. 평검사회 의장은 평검사 중 사법연수원 최고 선임 기수가, 부회장은 그 다음 기수 대표가 맡는다. 현재 의장은 사법연수원 23기인 김현채 형사1부 수석검사가 맡고 있다.
이 준칙은 2003년 초 검찰 고위간부들을 대거 퇴진시키는 인사안과 관련해 평검사회의가 열린 뒤 이를 공식기구로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2002년 말 대선 이후 검찰이 ‘개혁 대상 1호’로 지목되고 있는데 검찰 수뇌부와 중간 간부들은 개혁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평검사회를 발족한다”고 추진 경과 보고서는 기록하고 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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